EU에서는 올해 8월 25일부터 디지털서비스법(DSA)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이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 및 검색엔진(사용자 수가 EU 역내 전체 인구의 10% 혹은 4천500만 명 이상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불법콘텐츠와의 싸움에 적극 참여토록 독려하는 주문이다.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들은 아동 성학대 콘텐츠 등 유해한 콘텐츠의 확산를 위하여 방지 시스템을 꼭 마련해야 하고 연례 위험 평가서 또한 제출해야 한다. 만일 이 법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기업에게는 연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플랫폼 운영 정지와 같은 제재를 가한다고 한다. 이 같은 규제방안은 그간 불법 콘텐츠 확산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 온 빅테크 기업들의 알고리즘 자체를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근본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미국은 온라인 그루밍으로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미성년자들이 포털을 상대를 집단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시작하였다.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으로서 빅테크 기업에는 명성에의 손상 이외에 사실상 금전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런 손해배상 청구는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을 불법콘텐츠와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동력으로서 작동한다.
선진국들이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니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온라인 그루밍 되어 대낮에도 성폭력 피해를 입는 국내 사정을 고려해볼 때 매우 큰 궁금증을 유발한다. 초등학생들을 성매매 채팅앱으로 유인하여 이루어진 조건만남에 대하여서 조차도 성폭력을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 현재의 사법제도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EU나 미국의 집단소송 판례들이 그저 격세지감이다. 유달리 우리나라 아동들은 저들 나라의 아동들보다 더 성적으로 조숙한 것일까? 저렇게 엄격하게 법률을 적용하여 아동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그들의 사회문화가 그저 궁금하다.
의제강간 연령이란 것이 있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한데, 기본적인 취지에선 큰 차이가 없다. 즉 아무리 아이들이 ‘예스’라고 한다손 치더라도 절대 성적으로 착취하면 안되는 보호연령이란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 만 13세 미만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즉 16세 미만인 아이들은 그들이 아무리 호응을 한다손 치더라도 성적인 침해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일종의 절대 규율이다.
외국의 사법제도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 규율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형법에는 틀림없이 생물학적 연령이 명기되어 있으나 막상 피고인이 ‘그렇게 어린 줄 몰랐다’라고 하면 이 절대 규율이 고무줄이 된다. 그러나 EU나 미국에서는 이런 의제강간 연령이 철저히 지키는 기준이 된다. 이를 토대로 아동성범죄자는 엄벌된다. 의제강간 연령의 생물학적 연령만이 절대 규율이 되는 것이다.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영상물에 대하여서도 엄격히 규율을 적용할 수 이유 또한 바로 이런 오프라인 규범에서 유래한다. 이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포털, 즉 빅테크 기업에도 책임을 묻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미래인 아동을 그리도 절대적으로 지켜내겠다는 서구사회의 의지가 부러울 뿐이다.
수많은 채팅앱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성을 사고판다. 일종의 인신매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그렇고 그런 일이라 인식을 하기에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도 보호가 되지 않는다. 사춘기 어린 청소년들이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하여 이제는 영아들이 거래되기에 이르렀다. 놔둘 것인가? 제발 의제강간 연령이라도 지켜지는 사법제도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일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출처] 중부일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2023.09.06.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0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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