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3부 심리로 열린 A씨(38)의 강도살인·절도·사기·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무기징역 선고를 요청했다. 앞서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 201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피해여성 B씨(37)를 만나 연인관계로 지내왔다. A씨는 교제 중 B씨에게 "사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수억원의 사기 피해를 봤다"며 "작은아버지가 영화감독인데 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금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B씨는 A씨의 말이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됐다. B씨는 "나는 업소 다니는 여자고, 너는 빚만 있는 남자다. 아무 희망이 없다"고 말하며 이별을 요구했고, 순간적으로 화가 난 A씨는 피해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 살해 뒤 18일간 사체를 방치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한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에게는 자신이 B씨인 것처럼 위장해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범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조사결과 A씨는 B씨의 휴대전화와 현금·카드·통장 등을 가로채고 계좌에서 39회에 걸쳐 3684만원을 빼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씨의 체크카드로 딸에게 줄 40만원 상당의 장난감을 구매하는 한편, 2회에 걸쳐 320만원을 인출해 조건 만남 여성에게 지급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변호인은 A씨가 B씨의 현금을 사용한 것에 대해 "피해자 재산으로 여러 일 처리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고 신변 정리 일환으로 몇 가지 채무를 변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거짓말로 인해 연인 간 극한 갈등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살인 범행에 이른 것"이라며 "발생 경위나 피고인이 뉘우치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 잘못으로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사랑하는 딸도 못 보고, 평생 죄인의 딸로 살아가야 하는 상처만 남겼다"며 "이곳에서 끊임없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정직하고 바르게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 출철 ] 중앙일보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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