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6년, 무엇이 달라졌나"
성산업 착취 구조 해체 위해 '성매매방지법' 강력 집행 필요
2000년 9월 19일 전북 군산시 대명동에 자리 잡은 성매매업소집결지의 3층 건물 중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화되었지만 잠자고 있던 여성 5명이 유독가스로 사망했고 3층에 있던 여성 1명만 구조되었다.
업주는 불법으로 건물내부를 개조하여 여성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쇠창살로 창문을 모두 막아 놓았으며 유일한 출구인 1층마저 특수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불과 2년이 지나지 않은 2002년 1월 29일, 대명동 근처 개복동 성매매업소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여 여성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2000년 대명동 사건과 마찬가지로 감금당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해온 20대 여성들이 탈출하지 못한 채 처참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연이어 발생한 이 사건으로 여성의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고 그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성매매 실태에 대한 규탄 여론이 높아지게 되었으며 이에 힘입은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보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여 마침내 2004년 9월 23일 성매매방지법(성매매 알선 등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처럼 군산 성매매 피해자 여성들의 죽음으로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의 근절과 피해여성의 인권보호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성매매방지법에 의해 성매매업소집결지는 집중단속 대상이 되었고 성매매관련 검거인원도 2004년 16,947명에서 2009년 73,008명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시행이후에도 성매매 여성들의 죽음과 피해는 계속되었다. 2005년 서울 하월곡동과 광주 송정리 화재참사, 2009년 대전 유천동의 업주에 의한 폭행사망, 2010년 청량리의 성매매 여성 살해 등은 모두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발행한 사건이다. 대부분의 성매매업소집결지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감금당한 채 폭행 끝에 숨졌으며 불이 나도 탈출도 못하고 사망했다.
2000년 1월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이 대대적인 단속을 하며 ‘성전(性戰)’을 선포했던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 집장촌은 전성기(500여개)에 비해 줄어 들었지만 2010년 현재 90여개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었고 단속을 피해 변종성매매업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9월 7일자 참조)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0년 7월 경북 포항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3명의 여성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매매방지법이 ‘성을 파는 사람이 성매매알선업체에 대해 진 빚을 모두 무효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불금’ 명목으로 빚을 지고 연대보증으로 업주와 노예계약에 묶여있던 여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여성은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며 성매매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는 성산업을 근절하고 피해여성의 인권보호, 자활지원의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성매매방지법이 시행 된 지 6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2000년 군산과 2010년 포항에서 성매매 실태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성산업이 법망을 피해 더욱 교묘하고 다양하게 확산되고 성의 상품화가 전 사회적으로 심화되었다.
성산업 착취구조의 해체가 근본적인 해답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성산업의 착취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뿌리 깊은 우리나라의 성산업은 어떻게 구조화 된 것인가? 우리나라의 성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일제시대 유곽에서부터 라고 본다면 약 100 여년이 넘었다. 그러나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성산업을 추진한 것은 군사정권시절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197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은 세계 불황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외화획득이라는 명분으로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도구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의해 형식적이지만 성매매가 불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위 ‘기생관광’을 활성화시켰다. 야간통행금지가 시행되고 있었음에도 '관광기생‘에게 허가증을 발급하여 호텔에 출입하게 하였고 ‘산업역군’이라는 칭호까지 부여했다.
또한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은 3S정책(sex, sports, screen)을 정권유지와 경제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정부가 국가의 정책으로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군기지 부근의 기지촌과 더불어 퇴폐 향락 서비스업이 확산되었고 이후 성산업은 2002년 GDP의 4.1%인 24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권과 복지쯤은 간단하게 무시 할 수 있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성산업은 이제 손쉽게 돈벌이를 제공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국가의 정책과 자본의 이윤추구에 의해 여성의 성은 상품화되었고 성산업의 착취구조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래서 성매매 근절은 철저한 법 집행도 필요하겠지만 이와 같은 견고한 성산업 착취구조를 해체하는 것이야 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해 성매매방지법의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접대를 받아 일명 ‘섹검, 떡검’ 이라 불려졌던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성매매 혐의가 있는 교사, 공무원의 범죄, 그리고 성매매 알선업체와 유착관계에 있는 경찰관들의 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실에서 강력한 법의 집행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치지도자, 사회지도층들이 입만 열면 ‘마사지걸’, ‘여성아나운서 비하’ 발언 등으로 성희롱을 일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그녀들의 희생으로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우리나라 여성인권 향상에 큰 기여를 했으며 성매매 근절의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성매매방지법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더 많은 사람들의 힘 있는 목소리와 행동이 필요하다.
군산 화재 참사 사건을 계기로 2006년부터 매년 성매매 없는 세상을 위한 평화행동을 벌였던 여성, 인권단체들은 올해도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집행력 강화‘,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착취행위인 성매매 범죄 처벌‘,’성산업 수요차단 및 저극적인 대응방안 마련‘,’여성들에 대한 지원체계 확대와 여성인권 보장‘을 요구했다.
성을 파는 여성에서 이제는 성매매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여성 활동가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이러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다시는 여성인권의 현주소와 같은 군산과 포항의 참혹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일상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인간의 성이 상품으로 거래되지 않고 누구의 성이나 존중받고 배려 받는 사회는 가능한 것인가? 마치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같은 뜻으로 들리는 것은 그만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고 답 또한 같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민족, 계급, 종교, 인종, 성의 차이를 이용하여 인간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고리를 끊는 일, 거기에 힘을 쏟을 일이다.
이 글은 <진보여성정책연구회>가 발행하는 웹진 5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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