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 나왔어요.’ 가출 소녀들이 이 한마디를 인터넷에 띄우는 순간 남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처럼 국내에서 10대 대상 성매매는 90%가 ‘조건만남’ ‘애인대행’ 사이트 등을 통해 손쉽게 이뤄진다. 가출 청소년들은 처음엔 한 시간에 3000원짜리 편의점·주유소 아르바이트로 버티다 숙식 해결이 힘들어지며 꾐에 빠져든다. 해마다 성매매로 경찰에 붙잡히는 10대는 600~700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론 가출 청소년 1만5000명 중 상당수가 성매매를 하는 걸로 추정된다.
더욱 충격적인 건 집단생활을 하는 가출 청소년들이 흡사 집창촌(集娼村) 종사자들 같은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중 나이 많은 아이가 소위 ‘또래 포주(抱主)’가 돼 동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킨다고 한다. 거부하면 죽도록 맞기 때문에 몇 년간 거의 매일 몸을 팔다 포주 언니가 소년원에 잡혀가서야 겨우 빠져 나온 사례도 있다.
성매매를 한 번이라도 겪은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가 워낙 커서 다른 가출 청소년보다 사회 복귀가 훨씬 어렵다. 그래서 대다수가 성인이 된 뒤에도 선택의 여지 없이 매춘(賣春)업소로 향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막자면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자활을 도와줄 장기 쉼터와 대안학교가 많아져야 한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은 가정폭력 등 문제가 있기에 부모에게만 믿고 맡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본지에 소개된 17세 소녀 은영이도 툭하면 손찌검하는 아빠를 피해 집을 나온 뒤 ‘또래포주’에게 걸려 성매매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겨우 도망쳐서 지금은 서울시가 문을 연 ‘늘푸른자립학교’에 다니며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장차 고교에 진학하고 졸업 후 애견 미용사가 될 꿈도 갖고 있다.
가출과 성매매에 발을 들여놓은 아이들은 하루빨리 잘 거둬서 은영이처럼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예방이다. 설사 가정에 문제가 있다 해도 학교에서 교사와 친구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준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터다. 10대를 유린하는 못된 어른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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