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운(왼쪽 첫번째) 경사를 비롯한 서울 동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직원들이 지난 11일 동대문구 장안동 속칭 ‘안마거리’의 폐업한 퇴폐업소 자리를 돌며 불시점검을 하고 있다.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지난 2008년 7월28일 시작된 성전(性戰·성매매와의 전쟁) 이후 1년 반이 흐른 11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은 ‘안마거리’ ‘성매매의 메카’라는 옛 오명을 거의 씻어낸 모습이었다.
대로변 건물에서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던 대형 퇴폐 안마방들은 전부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모텔과 노래방, 음식점 등이 들어섰다. 성매수를 위해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던 거리도 조용해졌다. 하지만 ‘임대 문의’ 안내장이 붙은 텅 빈 건물, “장안동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은 장안동이 성전의 여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이날 오후 4시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에서 장안사거리에 이르는 1.3㎞ 구간. 이른바 ‘안마거리’는 한눈에도 성전 이전과 크게 달라보였다. 철거되지 않은 몇몇 간판과 주차장 가림막 등에 ‘○○ 안마’ ‘△△마사지’ 등 업소 이름이 남아 있을 뿐 대형 간판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성(性)을 사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차가 2중, 3중으로 불법 주차돼 주차장을 방불케 했던 도로도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이날 오후 기자와 함께 ‘안마거리’ 점검에 나선 동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관들은 “성전 시작 당시 영업하던 72개 업소는 현재 모두 문을 닫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매일 3, 4명씩 조를 이뤄 과거 퇴폐 안마방 등 성매매 업소들이 영업했던 곳들을 점검하고 있다. 성매매 시설을 완전히 들어내고 새로운 업소가 자리잡기 전에는 언제라도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서 새 업소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퇴폐 안마방으로 사용됐던 한 건물 지하 1층과 2층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밀실과 미로 같은 통로를 뜯어내는 작업이 막바지에 달해 660㎡가 넘는 텅 빈 공간은 한층 넓어 보였다. 건물 관리인은 “아직 임차하겠다는 사람은 없지만 건물 주인이 일단 공사부터 해두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안동 성전’ 초기인 2008년 8월 말 경찰 단속에 반발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업주의 성매매 업소가 있던 4층 건물 출입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다들 소문을 들어서 알 텐데 누가 그 건물을 빌리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소를 찾아가는 길. 유난히 모텔이 눈에 많이 띄었다. 김영수 경감은 “욕실과 방을 갖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내부를 꾸밀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예전에 퇴폐 안마방으로 쓰였던 건물들이 모텔로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작은 방들이 많은 퇴폐 안마방을 개조해 노래방으로 꾸민 곳도 적지 않았다.
성매매 업소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모텔과 노래방, 음식점이 채우고는 있지만 성산업이 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역 상인들은 “장안동 상권은 완전히 끝났다”고 하소연했다. 성을 사기 위해 하루 평균 6000~1만명씩 몰려들었던 남성들이 발길을 끊은 데다 72개 업소에서 일하던 2000여명의 성매매 여성과 호객꾼 300여명도 동네를 떠났기 때문이다. H오피스텔 관리소장은 “615가구의 20% 정도를 성매매 여성들이 채우고 있었는데 경찰의 단속이 계속되면서 모두 이곳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상인들은 ‘장안동 성전’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한 세탁소 주인은 “20년 동안 여기서 살았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입에 겨우 풀칠만 하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한 곱창집 주인은 “월세 내기도 힘든 형편이라 문을 닫고 나간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성전 이전의 반절에 내놔도 가게가 잘 나가지 않고, 꽤 비싸던 이 지역 땅값이 인근 중랑구 면목동보다 떨어졌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학원 등이 들어선다는 소문만 있었지 장안동 상권 붕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
|
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