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매매 온상이 된 ‘애인대행사이트’ 실태 / 미성년자들도 주민등록번호 도용해 아무 제지 없이 드나들어 =
미성년자인 10대 소녀 김모양은 오빠 같은 20대에서 삼촌 같은 30대, 아버지 같은 40~50대 남성들 2백여 명과 성관계를 가졌다. 유명 가수에서부터 기업체 사장,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수백여 명에 이르는 각계 각층의 남성들이 미성년자인 김양과 어떻게 접촉할 수 있었을까?? 익명성이 보장되면서도 곧바로 이성과의 만남에서 잠자리까지 이어지는 ‘애인대행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인대행사이트"는 남녀 회원이 서로 자신의 사진 및 프로필, 원하는 만남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고 서로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모든 서비스는 현금으로 포인트를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보통 쪽지를 한 번 보내는 데 100포인트(100원)가 쓰인다. 겉으로는 건전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온상이 되고 있다.
‘애인 대행’이란, 말 그대로 돈을 받고 애인의 역할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말 ‘애인’ 역할에만 그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단순히 애인을 구하는 곳이라고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접속하는 순간부터 자극적인 여성의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만남을 구하는 글들도 “섹시누나 콜~” “무조건 만족시켜드립니다” “돌쇠가 되어드립니다” 등 선정적인 제목이 주를 이룬다. ‘하객 대행’ ‘청소 대행’ 등과 같은 카테고리들도 보이지만 이곳들 역시 대부분 낯 뜨거운 글들로 도배되어 있다.
반짝거리는 회원 정보들은 마치 유흥가의 네온사인을 컴퓨터 화면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리 봐도 건전한 만남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애인대행사이트에서 회원들을 연결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박 모씨(23)는 “건전한 만남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성매매를 전제로 한 만남이 거의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애인대행사이트는 현재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되어 미성년자들의 가입이나 활동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을 통해 미성년자들이 가입하거나 성을 매매하는 행위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도용은 속칭 ‘번호 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번호 따기’란 가출 청소년들이 도용할 주민등록번호를, 몰려다니는 친구들과 서로 공유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이다. 이렇게 번호를 도용해 가입한 아이들은 성매매를 통해 용돈을 벌고 하룻밤의 숙박을 제공받는다. 이러한 방식의 성매매가 이제는 일반 청소년들에게까지 용돈벌이로 이용되고 있다.
※ 합법적 테두리 안에 숨어 있어 규제 쉽지 않아 ※
거래가 성행하다 보니 ‘온라인 포주’도 생겨나고 있다. ‘탁틘 내일 청소년성문화상담센터’의 추국화 소장(43)은 “애인대행사이트에서는 포주를 통한 성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인기 연예인이 연루된 미성년자 김양의 성매매 사건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포주인 가해자들이 이곳을 통해 남성들을 끌어모아 미성년자인 김양과 연결시킨 뒤 돈을 갈취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곳에서 일어나는 성매매들은 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단속하고 있지만, 수천 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이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를 모두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매주 수백 건씩 적발하고 있지만 사이트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한 단속일 뿐, 회원 간에 전화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손조차 댈 수가 없다. 단속을 하려면 전화 내용을 감청해야 하는데 그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전화 통화를 통해 이곳에서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감시팀 서정배 팀장(39)은 “현재 상황에서 규제만으로 해당 사이트의 성매매를 근절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느낀다. 그런 사이트가 몇 개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사이트 운영자나 이용자들의 윤리 의식을 개선하는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김양 사건’이 터진 후에도 애인대행사이트들은 버젓이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지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의 사이트를 링크해놓은 곳도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추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문제는 개개인의 윤리적 판단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인권 문제 등이 겹쳐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번 고려해볼 만한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 통화한 지 3분 만에 “성관계도 OK” ※
실제 애인대행사이트에서 즉석 만남 시도해보았더니…
얼마 전 한 매체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애인과 첫 잠자리를 갖기까지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라는 설문이었는데 조사 결과 평균 1~3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애인대행사이트’ 속의 ‘애인’들은 달랐다. 1개월은커녕,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애인대행사이트를 이용한 성매매, 정말 가능할까. 실제로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해보았다. 가입을 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쪽지를 보내거나 회원들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포인트를 충전해야 했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몰라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성 회원으로부터 쪽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사는 곳과 나이를 밝히고 만남을 제안해왔다. 경기도에 사는 24세의 여성이었다.
쪽지로 받은 번호로 전화해 ‘지금 당장 성관계가 가능하냐’라고 묻자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러자”라고 대답했다.
통화한 지 채 3분도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잠자리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가격은 남자의 급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는데, 이는 남자의 외모적인 조건을 말하는 듯했다. 그녀는 “그래도 최소한 업소 여성들 정도는 받아야 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며 금액을 제시했다. 제시한 금액은 20만원이었다.
이어 그녀는 이상형을 물었다. 어느 정도 스타일이 맞아야, 만났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공개했다. 1백70cm가 넘는 훤칠한 키의 아가씨였다. 기자가 ‘오늘은 아무래도 곤란할 것 같다’라고 말하자 그녀는 “다음에 시간될 때 연락해도 된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컴퓨터로 돌아와 보니 또 다른 여성들이 보낸 쪽지들이 모니터를 수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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