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유흥업소로 지역경제 활성화?
‘퇴폐향락도시’ 오명에도 행정처분에는 ‘쭈뼛쭈뼛’
노래방서도 성매매 … 보도방이 불법영업 부추겨
충남 천안시가 도시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퇴폐 향락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2006년 경찰청에서 ‘성매매 적색지대’로
지정됐는가 하면 주민과 청소년이 즐겨찾는 노래방에서도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등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천안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등록된 ‘1종 유흥업소’만 291곳
천안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룸살롱과 노래클럽 등 1종 유흥업소. 현재 천안시에 등록된 업소는 291곳이나 된다. 여기에 남성휴게실 이미지클럽 티켓다방 퇴폐이발소 전화방 등 장소와 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인터넷성매매 등까지 포함하면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활개를 치고 있는 이른바 ‘보도방’으로 인해 이런 성매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란주점이나 노래방에서까지 공공연한 성매매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문제는 소위 쇼보도로 불리는 3.5 보도. 시간당 3만5000원을 받고 업소들에 여성 도우미를 공급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모두 성매매를 전제로 일하고 있는, 사실상 성매매 여성이다. 노래방 등에서 10만~2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벌이고 있다. 이들 보도방들은 지역 상권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자리잡고 있다.
유흥업소 관계자들이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손님들에게 여성접대부를 합석시킨 단란주점 노래방 등 100여 곳을 고발하자 이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 보도방들이 유흥업소에 여성접대부를 제공하지 않아 업체들이 영업을 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급기야 보도방 업주들끼리 조직을 결성해 자신들 이권을 지키고 업소들의 성매매 등 불법영업을 부추기는 일도 일어났다.
현재 천안에는 20여개 3.5 보도방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도 1000여명이 넘는다. 한 곳당 많게는 100여명, 적게는 20여명이 일하고 있다.
◆ 영업정지 1개월이 고작
성매매를 비롯한 유흥업소들의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올해 천안시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고작 19곳 뿐이다.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불법인 접객부를 고용한 단란주점 등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내려진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1개월이 고작이다. 그 외 다른 제재는 전혀 없었다.
실제 이들 업소들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내부 시설규정 위반, 불법 외부 간판 등 불법영업을 규제할 근거들이 널려있다. 천안시가 성매매 현상을 제대로 파악만 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규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천안시 관계자는 “성매매의 특성상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이를 막기 위해 천안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흥업소 단속을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 경찰단속도 실효성 없어
경찰 단속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2006년 성매매업소 단속 건수는 25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2007년 13건, 2008년 22건, 2009년 9건으로 줄었다. 보도방 단속은 전혀 없었다.
무력한 대응은 유흥업소들이 경찰단속을 비웃는 듯한 행태까지 낳는다. 최근 경찰에서 불법 유흥업소 단속에 나서자 보도방 업주들이 단속반의 일거수일투족을 무전으로 생중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속반을 미행하며 이동경로를 동료 업소에 알려줘 단속망을 피한 것이다.
최근까지 단속업무를 했던 한 경찰관은 “단속 나갈 때는 (정보가 샐까봐) 구내식당에서 밥도 못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보도방 운영은 현장 단속만으로는 적발이 어려워 이를 제재할 이렇다 할 수단이 현재로서는 없다”며 “하지만 올해 성매매 사범 검거인원은 지난해보다 14% 증가하는 등 지속적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유지’ 개입설도 솔솔
불법 성매매 시장은 다양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권다툼에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는가 하면 현직 경찰관이 불법영업을 비호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성정동 한 노래방에서는 유흥업소들 간 불법 영업에 대한 고소고발 과정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보도방 업주에게 단속정보를 제공하는 등 뒤를 봐주고 뇌물 8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경찰관이 구속됐다.
그런가 하면 지역의 한 변호사가 10여개 유흥업소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정보를 빼내 이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천안시 한 고위공무원의 사촌동생까지 3.5 보도방을 운영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두 유흥업소와 보도방 성매매를 포함한 불법 영업과 연관된 일들이다.
그러나 천안시는 여전히 현실을 외면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적 유흥도시, 성매매 도시 천안이라는 멍에는 더 공고해지고 있다.
천안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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