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서울 강남구 역삼지구대 이모(47) 경사는 관내 유흥업소를 한바퀴 돌았다.
그러자 주머니에 돈 봉투가 꽉 찼다. 그렇게 매달 30여곳에서 600만∼700여만원을 받아 지구대 경찰관끼리 나눠 가졌다. 대신 성매매 단속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업주에게 정보를 흘려줬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7월 이를 적발하고 당시 지구대장을 파면하는 등 15명을 중징계했다.
#2009년 11월19일 새벽 1시, 역삼지구대에 성매매 신고가 들어왔다. 곧 순찰팀이 전원 소집되고 작전회의가 열렸다. “팀장은 1층 카운터 장악, 부팀장 현장 투입, 3조는 비상구 차단…” 작전 지시는 일사불란했다. 출동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단속정보가 샐까 업소에서 떨어진 곳에 경찰차를 세운 뒤 급습했다. 단속팀은 업주 등 3명을 검거했다.
그동안 유흥업소 유착비리 등이 끊이지 않던 지구대가 성매매 단속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구대가 직접 나서면서 단속 건수가 늘고 관련 비리는 줄어들었다. 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관내 5개 지구대의 성매매 업소 단속실적은 지난해 7건에서 11월 말 현재 7배인 49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경찰서 생활안전과 전문단속반 실적은 49건에서 42건으로 약간 줄었다. 이 경찰서의 전체 성매매 관련 검거 인원은 549명에서 1973명으로 크게 늘었다. 단속반 실적이 줄었어도 지구대 단속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강남서가 성매매 업소 단속에 지구대 경찰관을 본격 투입한 건 올해 4월부터다. 경찰서의 전문단속반 10여명만으로 650여개가 넘는 유흥업소를 단속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현장에 투입되자 유착 비리나 뇌물사건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윤후의 생활안전과장은 “아직까지 지구대 비위사실이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구대가 단속에 나서면서 이들이 비리 감찰 대상에서 단속 주체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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