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소일거리를 찾아 도심공원을 찾은 노인들을 상대로 대낮에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서희 기자! 이런 일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나봐요..
<리포트>
네. 취재진이 대낮에 가봤는데도 노인들의 성매매 현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소외감 속에 성적 욕구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서라는데요. 빗나간 황혼의 성매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종묘 공원.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수많은 노인들로 북적입니다.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노인들에게 공원은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놀이터인 셈인데요.
<녹취> 공원 이용하는 할아버지 : "(공원에) 가끔 나와요. 이 형님도 알고 아주머니도 아니까 가끔 (공원에서) 만나죠. 갈 곳이 없으니까 나오는 거죠."
그런데 이곳엔 건전한 놀이 공간만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습니다.
<녹취> 공원 이용하는 할아버지 : "내가 지난번에 지하철 타는데 서 있는데 아주머니가 오더니 나보고 놀다가라고..."
<녹취> 인근 상가 주인 : "약간 술 드시는 분들이나 정신없는 양반들 옆에 가서 얼만데 (여관)갈 거냐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죠.)"
<녹취> 공원 이용객: "저 쪽(공원입구)으로 가면 50대 후반 아줌마들이 가방 이런 거 들고 있다고..."
실제로 공원 옆 골목길로 들어서자 5,60대 안팎의 중년 여성들이 모여앉아 있었는데요. 이들 사이에는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70대 안팎의 할머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녹취> 인근 이발소 주인 : "(이 아래 할머니들 많이 앉아 계시던데 뭐하시는 분들이에요?) 할아버지들 다 꼬시는 할머니들이야."
이 여성들의 작업은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적절한 상대를 찾아 헤매는 것으로 시작됐는데요. 이내 노인들에게 피로회복제를 건네며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취> "(음료수 하나만 골라줘) 돈 없어. (오랜만에 왔는데 뭘, 응?"
사람들이 오가는 환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호객행위는 끊이지 않고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녹취> "왜 남의 엉덩이를 툭툭 쳐? 이거(음료수) 하나 남은 거 팔아줘요. 아저씨 음료수 하나 잡수세요."
할아버지들은 접근한 여성이 마음에 들거나 말이 통한다 싶으면 술을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이 여성들은 할아버지들에게 말동무 가격을 더해 음료를 팔고 있었습니다.
<녹취> 공원 내 장사하는 여성(6년째 활동) : "음료수는 (가게에서) 500원에 사면 (할아버지한테) 1000원에 팔아요."
안주는 2~3천 원짜리 드리고 술 1500원짜리 사다가 오천 원 주는 분, 만원도 주는 분,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니까...
이 공원에서만 6년 째 장사를 해 왔다는 이 여성은 이내 공공연한 비밀을 털어놨는데요. 노인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 얘기었습니다.
<녹취> 공원 내 장사하는 여성(6년째 활동) : "(공원에서 장사하는 아줌마) 세 가지로 분류가 돼 있어요. 우리처럼 술파는 아줌마, 자기들이 술을 못하니까 음료수만 파는 아줌마, 또 윤락만 하는 아줌마(로 분류돼요.) 숙박을 한 집으로 정해놓고 가면 조금 싸게 받고 숙박비를..."
실제로 상황이 어떤지, 이 여성들의 호객 행위를 지켜봤는데요.
<녹취> "오래간만이야"
안면이 있는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할아버지와 중년의 여성...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이내 어디론가 향합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며 걷기 시작한 이들... 놀랍게도 이들이 들어간 곳은 공원에서 50m 떨어진 골목에 위치한 여관이었습니다. 이 골목에만 5,6개의 여관이 밀집해 있었는데요.
<녹취> 인근 여관 주인 : "대실이고 뭐고 숙박이고 이쪽은 전멸이야."
<녹취> 인근 여관 주인 : "없어요. 젊은 층도 있고 연세 있는 분도 있고 그렇죠."
요즘 손님이 별로 없다는 여관 주인들... 그래서 취재진은 노인들이 자주 지나다닌다는 골목을 지켜봤습니다.
지켜보기 시작한 지 한 시간 남짓!
세 쌍의 나이든 남녀가 다정하게 여관으로 향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공원에서 10년 넘게 노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 왔다는 50대 중반의 한 여성. 자녀들은 그녀가 지금도 식당일을 하는 줄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노인 상대 성매매 여성(10년째 활동) : "식당 일을 제가 10년(정도) 다니다가 누구 소개로 여기를 나와서 하다 보니 지금 한 지 햇수로 10년 됐어요. (할아버지들이) 60대에서 85세까지 와요 여기를. (화대) 최고 많이 받는 여성들이 3만원 받아요. 방값 만원 주고 우리가 2만원 받아요. 그럼 5명이면 (하루에) 10만원 (벌어요)"
그녀는 오히려 할아버지들이 자신들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녹취> 노인 상대 성매매 여성(10년째 활동) : "입구에 서 있으면 (할아버지들이) 지나가면서 와요. 안마시술소에서 마사지 하면 보통 7~8만원 줘야 한다면서요? (그런데 저희는) 이런 길에서 술 마시고 자기네 2~3만원 던져주면 욕구도 채우고..."
또 다른 여성은 아주머니들 입장에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 좋고 할아버지들은 말동무도 사귀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어 좋은 것 아니겠냐며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녹취> 노인 상대 성매매 여성(6년째 활동) : "이 나이에 이제 어디 써 줄 때가 없어 청소도 못해 그냥 집에 있으면 뭐해. 그러니까 나와서 돈 만원 벌어갈 때도 있고 2만 원 벌 때도 있고 내 용돈이라도 써야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그거죠. 남자 어르신들도 그래 (공원에) 왜 나오냐고 하면 며느리하고 하루 종일 있으면 며느리도 피곤하고 자기도 할 게 안 되니까..."
할아버지들도 할 말이 있었는데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노인들은 넘쳐나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의 성 문제를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오히려 음성적인 성매매를 부추긴다는 겁니다.
<녹취> 공원 이용하는 할아버지 : "지금 할아버지 80,90세 되면 끝났다고 보지만 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요. 인간이니까 그런 욕망은 항상 있거든. 그걸 여자들이 이용하는 거지."
<녹취> 공원 이용하는 할아버지 : "나이가 많으면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는 위화감을 얻거든. 그런데 여기 와서 자기 스트레스 해소하고 자존심을 찾는 거지. 잃어버린 남자를 찾는 거지."
이 공원에선 경찰이 종종 단속을 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증거도 없고 노인들을 강력히 처벌하기도 어려워 음성적인 성매매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게 노인들의 성병과 같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최성재(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노인들 수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고 또 건강하게 지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 가지 기준을 가지고 이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나쁘다 보다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좀 만들어서..."
노인들의 성적 욕망을 금기시하고 음지에 머물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그곳에서 잇따르는 ‘건강한 노인’ 이른바 ‘청춘 노인’들의 일탈.
노인들의 성매매가 더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노인 성문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단속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회] 최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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