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회의가 열릴 때마다 의사당이 있는 스트라스부르의 매춘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과 관련해 일부 북유럽 출신 의원들이 ‘매춘 호텔’의 이용 금지를 주장하고 나섰다고 독일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에 따르면 대부분 스칸디나비아 국가 소속인 37명의 의원들은 최근 “유럽의회가 성매매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장하고 이에 관한 직원 행동지침을 갖춘 호텔만 이용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스-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서한은 “호텔이 사람을 물건처럼 다루는 성매매 제공자로 기능하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가난한 나라의 젊은 여성들이 매춘산업에 성노예로 팔려 오는 인신매매가 증가하는 데는 조직범죄가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럽의회가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5개국으로 구성된 북유럽협의회의 2006년 결정처럼 서한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매춘, 조직범죄, 인신매매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한에 서명한 스웨덴 출신의 헬레네 구딘 의원은 “더 나아가 유럽의회 의원들과보좌관들이 포르노 영화를 틀어주는 호텔의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그러나 매춘의 합법화 또는 불법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한 작성을 주도한 덴마크 출신의 카린 리스 외르겐센 의원은 독일 공영 ARD 방송의 뉴스전문 인터넷사이트인 ‘타게스샤우’와 인터뷰에서 “이 서한의 핵심은 트라스부르에서 회의가 열리는 동안 매춘이 이뤄지는 호텔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매춘부들과 파티를 하고 싶은 의원들이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르겐센 의원은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는 (그런 파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면서 “우리는 단지 깨끗한 호텔을 원할 뿐”이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매춘에 대해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매춘이 불법이고 프랑스는 부분적 합법, 독일은 합법이다. 타게스샤우는 약 800명의 유럽의회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독일과 인접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할 때마다 매춘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주로 브뤼셀에서 만나지만 한달에 한번은 스트라스부르에서 회의를 갖는다.
이와 관련해 독일 바이에른 출신의 만프레트 페르버 의원은 “그같은 서한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나는 11년 이상 같은 호텔에만 묵었는데 지금까지 그런 일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소동이 매춘 퇴치보다는 유럽의회 의원들의 명예 실추에 기여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타게스샤우는 그러나 스트라스부르가 불법 성매매의 온상인 것만은 틀림없다면서 구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순환도로는 대부분 동유럽 출신의 비자발적 매춘부들이 득실대는 홍등가라고 덧붙였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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