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법무부 주최로 열린 '형법 개정 및 양벌규정 개선' 공청회. 50년 만에 형법의 전면 개정을 앞두고 열린 첫 공청회에서 간통죄와 성매매처벌에 여전히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특히 성매매처벌법을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던 이날 눈에 띄는 한 변호사가 있었다.
'단순 성매매 비범죄화' 주장에 대해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던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녀는 원민경 변호사(법무법인 자하연).
"입법하시는 분들과 저희가 느끼는 현실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공청회 이후 다시 만난 그녀는 이같이 운을 뗏다.
원 변호사가 여성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사법연수원 2년 차 때였다. 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2년차 시절, 2주간의 필수 사회봉사를 '여성의 전화'에서 실시했다. 그곳에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으로 고민하고 고통받는 여성들의 실상을 접하게 됐고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01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단체 등에 법률지원을 시작했고 ,현재 그녀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민변)에서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겸 성매매방지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성매매 여성의 경우 자기선택이라고 간주해 개인책임으로 모는 경향이 크다"며 "하지만 성매매를 허용하고 알선자들을 활개치게 만든 사회에도 구조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성구매를 차단하겠다면서도 처벌규정이 약해 성매매 업주들 대부분 벌금형을 받는 것에 그치고 있다"며 법 집행의지의 부족을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성매매 여성의 경우 사회나 스스로가 낙인을 찍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 이라면서 "가장 큰 굴레가 되고 있는 '선불금 채무는 무효'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 변호사는 “특히 개정 형법에서 성매매문제가 어떻게 다뤄져야 할지에 대해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진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러한 여성 인권 보호 활동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원 변호사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된다”며 “뻔한 얘기 같지만 삶의 터전인 우리 사회가 보장될 때 자신이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정 기자 mjk@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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