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에 인신매매로 인해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이 사는 사람들이 240만명에 달합니다. 매년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를 당하는 피해자들이 80만명이고 그중 80%가 여성과 소녀들이고요. 범죄 단체들이 그로 인해 얻는 수익은 매년 95억달러에 이릅니다."웃을 때마다 입가에 보조개가 팼지만, 그녀는 입을 열 때마다 지구촌의 끔찍한 현실을 증언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여성인권단체 '바이털 보이스(Vital Voices)' 인권 담당 국장인 웬치 유 퍼킨스(Perkins·사진)씨. 그녀는 인신매매 퇴치 입법을 위한 전문활동가로 미국, 일본, 동남아 등지를 돌며 활약하고 있다.
퍼킨스씨가 몸담은 '바이털 보이스'도 독특한 NGO다. 1997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여성 이슈를 통한 외교정책 추진을 목적으로 설립했다가 2000년 민간단체로 독립한 바이털 보이스는 150개국에 걸친 방대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힐러리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멤버. 퍼킨스씨는 "우리의 활동을 부각시키기 위해 로라 부시, 앤젤리나 졸리 같은 유명인사들을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인신매매 퇴치 전문가인 퍼킨스씨에게 이번에 방문한 한국은 '요주의' 국가다. "인신매매의 수출국이면서 경유국이고 수용국이니까요. 2005년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죠." 그녀는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년 1만4500~1만7500명이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는 미국에서는 NGO들이 영화계와 협력해 인신매매를 스토리 라인으로 한 영화 제작을 합니다. MTV와 함께 펼치는 'X-캠페인'은 젊은 층에 큰 호응을 얻고 있죠. 한국 가수 '비'도 아시아 지역에서 비슷한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바이털 보이스의 뉴욕 사무국 대표이기도 한 퍼킨스씨는 대만인이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비롯한 국제 안보에 관심이 많아 대만의회에서 외교정책 담당관으로 일했고, 시카고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인신매매 문제에 뛰어들었다. "성적 착취만이 인신매매가 아닙니다. 중동 지역 건설 분야에서는 노동 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버마와 스리랑카처럼 분쟁지역에서는 아동군인 문제가 심각하지요.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는 우편주문을 통한 신부배달이 버젓이 성행하고 있어요. 인신매매를 뿌리뽑으려면 국가 간 사법당국의 연대와 노력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
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