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꽃’ 성매매 필요악인가
③성매매방지법을 다시 생각한다
파출소 코앞에서 성매매...‘공생관계?’
성매매방지법 사문화, 되려 확산추세
속칭 ‘미아리텍사스’로 불리는 하월곡동의 성매매집결지. 바로 옆에는 파출소가 있으며, 길 건너편에는 ‘청소년 성매매와의 전쟁’으로 잘 알려진 김강자 전 서장이 부임했던 종암경찰서도 있다.
성매매방지법(처벌법과 보호법을 통칭)도 있고 이를 근거로 단속을 벌이는 경찰서도 바로 코앞에 있지만 저녁 무렵이면 ‘유리방’으로 불리는 업소들은 아랑곳없이 하나 둘 씩 불을 켜고 영업을 시작한다.
이곳에는 여전히 120여개의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종사여성만 4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곳에 대한 단속은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곳의 파출소와 경찰서는 성매매 단속보다는 집결지 경비실 역할을 한다는 비아냥 섞인 말들이 나올 지경이다.
이렇게 무분별한 성문화와 집행력의 한계로 성매매방지법은 이미 ‘사문화된 법’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15일 여성계와 성매매 관련 종사자 등에 따르면 성매매방지법은 2000년대 초 성매매 업소에 감금되어있던 종사여성이 숨지는 화재참사가 잇따른 것을 계기로 2004년 9월 23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를 알선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성매매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처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성매매 경험자의 얘기다.
지난해 찾은 안마시술소에서 카드로 결재했다가 경찰에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강모씨(31·경기 안산)는 “기분은 별로 안 좋았지만 그 이후에도 성매매업소를 찾고 있다.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것이 성매매업소를 찾는 남자들의 인식 아니냐”고 말했다.
강씨는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카드사별로 엄청난 리스트를 갖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며 “전국적으로 성매매 업소를 찾은 사람들을 단속하려면 경찰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여기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매년 단속을 강화하고는 있기는 하다. 연도별 단속현황을 보면 2004년 1만6951명, 2005년 1만8508명,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86명으로 성매매 사범은 해마다 늘었다.
그러나 성매매업소 종사자가 100만명에 달하고 성구매자도 300만명 이르는 여성단체의 추이와 비교할 때 경찰의 법 집행력은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시, 특별 단속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성매매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해서는 당장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국가별 성매매 추세를 보면,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중국, 태국, 스웨덴의 경우 법으로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 이탈리아 등은 성매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나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헝가리, 터키, 캐나다, 미국(네바다)과 호주(빅토리아)의 일부 주에서는 성매매를 필요악으로 보고 일정한 형태의 성매매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세금을 징수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성매매를 불법 혹은 합법으로 여기느냐와 상관없이 각국마다 예외 없이 성매매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음성적 성산업 규모는 오히려 커져가고, 단속을 피해 해외원정 성매매가 늘고 있는 한국의 성매매 실태를 감안하면, 관련 법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성매매 반대 여성단체인 ‘한소리회’ 최정은 대표는 “성매매방지법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토대 위에 만들어져 합의된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 때문에 법이 실질적으로 구속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이어 “더욱이 성매매는 일부 여성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도 해 무차별적으로 단속할 수도 없다”며 “성매매 문제를 다시 공론화해 충분하고 진지한 논의 후 불법이든 합법이든 국민적 동의를 얻은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매매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여성의 빈곤화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성매매방지법만으로 성매매가 근절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성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성매매를 합법화 하는 것은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류정민 기자 ryupd01@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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