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문화 이대로는 안된다
성(性)에 관대한 ‘두 얼굴의 한국인’
한국인에게 성은 무엇인가. 겨우 반세기 동안의 산업화 과정에서 성과 관련한 양상은 빠르게 변화했다. 결혼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성욕을 발산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성욕의 표출에서 남녀간의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유교적 가치관을 수백년간 강요받았던 한국인들은 성에 관련한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04년 9월부터 발효된 성매매방지법을 통해 우리사회는 성을 사고파는 일을 ‘해서는 안 될 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성산업은 그 규모가 커지고 있고 성범죄는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와 관련해서 처벌받는 자는 극소수이고, 강간사건이 발생해도 희생자와 방관자가 있을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한국 성풍속과 성산업 실태, 관련 법제도를 짚어보고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모색해 본다.
①성(性)에 관대한 ‘두 얼굴의 한국인’
②커져만 가는 한국 성산업
③성매매방지법을 다시 생각한다
평범한 회사원인 김모(32)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30대 주부와 성관계를 가졌다. 채팅창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 받은 뒤 당일 저녁에 곧바로 모텔에 함께 투숙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후 그가 이 여성의 남편과 함께 한 번 더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여성 3명과 남성 5명이 함께 하는 성관계도 가져봤다”며 “대부분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처음만난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모험을 즐긴다”고 자랑했다.
김씨가 이용한 카페에는 7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하며, 서로의 욕망을 해결해 줄 ‘파트너’를 찾는 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이성과 접촉할 수 있는데다가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성을 매개로한 탈선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한 상담소에 따르면 매월 상담건수의 10%정도가 주부의 탈선으로 인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주부를 포함한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광범위해지면서 상대 남성의 폭도 넓어졌다”며 “인터넷은 물론 등산과 같은 취미 활동을 통해 탈선하는 경우가 많다”이라고 밝혔다.
또, 성매매방지법을 비웃듯 각종 신·변종 성매매 업소도 독버섯처럼 번져가고 있다. 불법인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을 사고 또 팔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성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마사지 업소는 버젓이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게 보편화 됐다. 보통 시내 뒷골목에서 하던 영업장이 점점 주택가를 파고 들고, 청소년 등·하교 길에서도 간판을 마주할 만큼 우후죽순이다. 마사지 업소는 자유업으로 등록되고 있기 때문에 영업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관리 및 단속이 어렵다.
경찰청에 따르면 안마시술소, 유흥주점, 단란주점, 숙박업, 이발소, 노래방, 마사지 등의 풍속업소는 2007년 6월 현재 전국적으로 13만8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2004년 11만여개보다 25%가량 늘어난 수치이며, 특히 스포츠마사지·휴게텔·전화방 등의 신·변종 풍속업소는 2005년 5800여개에서 2007년 6월 현재 9400여개로 거의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안마시술소의 경우 그곳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경험담을 올려놓으며 각종 서비스를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업계 간 경쟁도 치열해져 각종 변태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보통 한 여성이 서비스하던 것에서 벗어나 한 시간 동안 20분씩 나눠 모두 3명의 여성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광고하는가 하면, 한 번에 2명에서 3명의 여성과 함께 성관계를 갖게 한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뒷얘기다. 이러한 이벤트를 하는 곳의 경우 사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주류 여성계에서는 이 같은 성매매를 비롯한 각종 성범죄에 정부가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집결지를 중심으로 성노동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고 풍속업소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성을 둘러싼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는 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중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것이 여성계와 노동계 등의 공통된 지적이다.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도 처벌이 경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3년 1만2511건에서 2006년 1만5326건으로 3년 사이 22.5%증가했으며, 2007년 상반기에만 해도 7300여건이 발생하는 등 매년 증가추세에 있지만 구속율은 2004년도 33.2%, 2005년 27%, 2006년 23.3% 등으로 20%대에 머물고 있다.
성매매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성매매방지법은 성을 돈으로 주고 사는 일은 잘못된 것이라는 철학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성매매를 방조하고 성폭력 범죄에도 커다란 경각심을 보이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류정민 기자 ryupd01@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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