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역할대행 알바 사이트 범죄 천태만상
외국 여성소개 브로커까지 등장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성매매와 각종 범죄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는 역할대행 아르바이트의 성매매는 애인대행으로 대표되어왔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여성과의 만남, 해외출장 동반을 주선해주는 ‘대행 관리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는 노골적인 글들도 눈에 띄고 있다.
13일 모 역할대행 사이트에 접속한 결과 한 남성은 ‘20대 초반의 미모와 섹시한 러시아, 한국여대생으로 구성된 모임을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을 ‘대행 관리자’라고 밝히고 있었다. 그는 게시판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되었으니 남성회원들은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며 연락처를 남겨두고 있었다.
실제 연락을 취한 결과 전화를 받은 남성은 다시 카페 주소를 가르쳐 주며 “사진을 보고 맘에 드는 여자를 고른 뒤 다시 연락을 달라”고 안내했다.
그의 안내대로 접속한 인터넷 카페에는 수 십장에 달하는 러시아 여성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으며 각 여성마다 영어 이니셜로 이름을 붙여놓고 있었다.
한 여성을 고른 뒤 다시 남성에게 전화하자 ‘여성을 만나려면 우선 10만원을 입금하고 카페에 가입해야 하며 이후 한 여성을 소개받을 때마다 10만원의 소개비를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실제로 여성과 만날 때는 시간당 3만원을 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성매매가 가능한가를 암시하는 질문을 하자 “우리는 만남만 주선할 뿐이지 ‘그것’은 능력껏 알아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단지 사람만 소개할 뿐이어서 성매매 같은 위법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 사이트에는 100여명의 남성이 정회원에 가입해 있다.
해외출장을 떠나는 남성들을 상대로 여성을 소개시켜주는 브로커도 있다. 또 다른 역할대행 사이트에서는 ‘해외출장 동반 여행 하실 분’을 구한다며 한 건당 300만원을 제시하면서 수시로 여성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이밖에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는 노골적인 글들도 눈에 띄었다.
‘선생님한테 혼나는 여고생 역할대행 여자분을 구한다’고 밝힌 한 의뢰인은 체벌당할 것을 요구하며, 2~3시간에 25만원 정도를 주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의뢰인은 배설물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분변음욕증’을 요구하며 ‘단지 남과 다른 취향을 가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매매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 의사와 한의사 등 사회 고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대행인을 보내고 예비군훈련에 불참해 불구속 입건된 사례와 유사한 글들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토익시험에 대신 응시해 줄 사람을 찾는다고 밝힌 한 의뢰인은 800점 이상을 맞게 되면 성과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논문이나 과제물을 대신해 주면 사례하겠다는 글들도 다수였다.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행태는 각종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마약을 투여하고 성관계를 가진 30대 남성과 여대생·주부 41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고,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여성 성폭행 사건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신주의와 성도덕 타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에게도 여전히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가청소년위가 60여개 대행사이트에 대해 금칙어 적용 및 성인인증을 요구했지만,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실제 포털 검색결과 성인인증을 거쳐야 검색 가능한 ‘애인대행’ 검색어와 성인인증이 필요없는 검색어인 ‘역할대행’으로 검색한 결과 사이트가 겹치는 등 실질적인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인천에서는 경찰 단속결과 여중 1년생과 여고 2년생 등 2명이 성매매에 이용한 애인대행 사이트 1곳이 폐쇄되기도 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대행사이트의 성매매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실제 성행위가 이루어졌는가를 입증하기까지에는 인력적인 부분에 있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청소년에 노출되는 부분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행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나가는 한편, 포털업체에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ryupd01@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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