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납치미수 및 성폭행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아동 실종 신고도 폭주하고 있어 전국이 아동범죄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신고 전화 중엔 허위·장난 전화도 많아서 경찰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0대 남성이 또래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는 것을 "납치하면 신고하겠다"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용의자가 도망치게 한 초등생의 기지가 귀감이 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어머니 폴리스' 모임을 구성하는 등 자녀 보호책을 직접 마련하고 나섰다.
3일 부산 사하경찰서는 귀가하는 여자 초등생(9)의 손을 잡고 강제로 끌고 가려 한 혐의(약취미수)로 김모(4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이날 초등생 3명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추행하려 한 혐의(추행 목적 약취 유인 등)로 이모(50)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그동안 미제로 남겨뒀던 납치 사건 재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 같은 동네에 사는 여자 초등생(9)을 한 수련원에 감금한 뒤 성폭행한 30대 남자를 재수사 끝에 붙잡아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2월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추행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안양 초등생 피살 사건 이후로 어린이 실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자, 경기지역 14세 미만 어린이 실종 신고가 3월 한달간 188건으로 2월보다 70% 늘어났다. 부산에서도 경찰이 지난달 27일 실종사건 전담반을 발족한 후 하루에 20여건씩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광주경찰청에도 3월 한달간 27명이 접수돼 2월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 고양경찰서 원당지구대에 여성이 납치됐다는 허위 신고가 들어오는 등 장난 신고전화도 있어 경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제주서귀포경찰서는 2일 오후 30대 남자가 여자 초등생을 납치하려 했다는 신고를 받았으나, 역시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서울 모 초등학교 4학년 P양은 40대 남성 김모씨가 또래 아이들의 팔을 끌고 가려고 하자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고 112에 즉각 신고해 용의자가 놀라 달아나게 했다.
P양은 경찰 조사에서 "누가 납치되는 건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나는 '그만하세요', '신고할 거예요'라는 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P양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112를 호출하자 김씨는 당황한 나머지 현장을 황급히 떠났고, P양은 저장한 사진을 출동 경찰관 다수에게 무선으로 전송했다. 경찰은 탐문끝에 현장에서 200ｍ 떨어진 골목에서 신고접수 20여분 만에 김씨를 체포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경찰과 시민이 협력해 치안을 담당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경찰은 시민이 신고를 했을 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 성범죄자는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전 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황우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납치·실종사건은 그동안에도 많이 발생했으나,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던 피해자의 부모와 가족들이 안양과 일산 사건을 계기로 신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매매금지법 이후 성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선 엄밀한 분석을 한 이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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