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멀티방'이 대학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다. 멀티방은 기존의 PC방과 비디오방, 노래방 기능을 한데 묶어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업종이다. 그러나 규제 법규가 없다는 허점을 악용해 상당수 멀티방이 침대에 샤워실까지 갖춘 채 사실상 모텔로 운영되는 등 변칙적인 숙박업소 영업을 일삼고 있다.
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인근 H멀티방에는 연인과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장소'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10∼20대 남녀들로 가득 찼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멀티방은 예약하지 않으면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가격도 1시간에 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젊은층에게도 별 부담이 없다.
방문은 안에서 걸어 잠글 수 있는 두꺼운 철문으로 돼 있으며, 내부는 키를 꽂으면 전기가 들어오는 형태였다. 유리창도 없어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다. 빨간색 하트모양의 침대와 벽걸이 TV, DVD 플레이어 등 홈시어터를 겸비한 방에는 세면도구와 샤워기가 마련된 화장실도 달려 있었다. 이용시간 제한은 없다. 야간 시간대에는 정액으로 3만5000원만 내면 잠 자고 다음날 나올 수 있다. 규모만 다를 뿐 영락없는 모텔인 셈이다.
여자친구와 이곳을 찾은 연세대 4학년 강모(28)씨는 "멀티방이 인터넷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해서 수업 준비를 하려고 왔다"면서 "하지만 간판만 보고 들어왔다가 모텔과 다를바 없는 방 내부를 보고 민망해 여자친구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멀티방은 아직까지 법적 규제가 없는 '자유업'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들까지 남녀가 짝을 이뤄 드나들고 있다. 청소년 출입을 막기 위해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는 게 원칙이지만 업소 종업원은 "신분증이 없으면 다음에 가져 오라"며 그냥 들여보내는 식이다. 비디오방이나 DVD방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아 청소년 출입, 주류 판매, 성매매 등이 금지된다. 한 멀티방 종업원은 "남자들이 혼자 와서 여자와 연결시켜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며 "실제로 다른 업소에서는 성매매 여성과 연결해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구청 관계자는 "각종 제재를 피해 만들어진 변종 멀티방들이 많아 단속 자체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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