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문화 ‘고수’들이 귀띔하는 성매매 법망 빠져나가는 법
아가씨도 손님도 ‘좋아서 성관계’ 주장하면 ‘대가’ 없어 처벌 불가능
성매매특별법 아무리 촘촘해도 요리조리 빠져나갈 비상구 있게 마련
‘법을 모르는 게 죄다.’ 마치 법조계를 풍미하고 있는 하나의 격언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 말은 최근 유흥가에서 떠돌고 있는 말이다. 예전에는 그저 경찰의 단속이 뜨면 잡혀야 했고, 성매매 구매자들 역시 성매매를 하면서 ‘혹시나’ 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유흥가 종사자들의 법지식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법망을 빠져나가는 각종 테크닉 혹은 성 구매자들 역시 법망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또 일부 익명을 가장한 법조계의 인사들이 이러한 법지식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법지식이 결코 허술하거나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불법을 행하는 자들이 알아서는 안 될 지식까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개탄을 하기도 했다. 도대체 인터넷에서는 법을 둘러싸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그들의 법지식은 어디까지 타당하고, 어디까지 경찰의 단속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그 실체를 파헤쳐 보자.
최근 한 인터넷 유흥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고민 상담의 글이 올라왔다. 자못 순박해 보이는 이 네티즌의 글에는 경찰의 소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당황해하는 기미가 여실히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모 오피스 업소(성매매 업소) 광고글을 보고 문의전화만 몇 번 했습니다. 정말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단지 시스템이 궁금해서 문의전화만 해본 건데 어제 경찰서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오피스 관련 조사할 게 있으니 ×월×일 오전 ××까지 ××경찰서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곳에 갔다가 구속이라도 되는 건 아닌가요? 경찰서에는 처음 가는 거라 너무 고민됩니다.”
이러한 고민의 글이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네티즌이 답변을 시작했다. 그의 법적 지식으로 봐서는 법조계, 최소한 법대생이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의 상담은 꽤 진지한 법적 지식과 조언으로 무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일단 업소에 전화를 했다는 기록만으로는 성관계라고 볼 수 없고 어떠한 처벌도 불가능합니다. 물론 진술 조서를 기록할 것입니다. 그 후 진술 조서에 어떠한 지장이나 날인을 찍지 않고 그냥 나가겠다고 하십시오. 그래도 아무런 불이익도 없습니다. 경찰이 아무리 ‘벌금’이나 ‘존스쿨’로 끝내자고 하면서 감언이설을 편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그 말에 속지 마십시오. 경찰을 엿먹이는 방법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진술 조서의 끝에 ‘본 진술서는 경찰관이 마음대로 작성한 것이므로 무효입니다’라고 적으세요. 경찰관은 잘못하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속칭 남성들을 유인해 술을 먹은 뒤 바가지를 씌우는 ‘꽃뱀’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는 상세하고 적나라한 법적 대처방안을 적은 글도 있다.
“만약 술을 먹고 돈을 내지 않거나, 혹은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다가 잡히면 ‘무전취식’의 혐의를 받게 된다. 하지만 무전취식은 ‘사전계획과 고의성’이 입증되어야만 한다는 것이죠. 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을 섭취할 때만 ‘무전취식’이 성립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그 반대로 생각해봅니다. 돈 지불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는 무전취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실제로는 50만원어치를 마셔도 주머니에 10만원만 있어도 ‘무전취식’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장이나 현금지급기에 돈이 있다면 당연히 무전취식은 아닙니다. 따라서 ‘업소에서 심하게 바가지를 씌워서 도저히 돈을 낼 수 없다’고 말하면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제부터는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이 되는 거죠. 이러한 민사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만약 경찰이 경찰서로 가자느니 검찰에 넘긴다든지 하면 ‘협박과 직권남용’이 됩니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고 있다.
“상대방이 ‘총’(바가지)을 쏘면 ‘대포’를 쏴야 총기남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밤 문화의 건전성(?)과 주고받는 아름다운 상거래(?)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들에게 법적 지식이 ‘대포’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상세하고 친절한 법 상담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삐끼에게 당했을 때 대처하는 법, 사전에 위험을 예방하고 법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정도는 그냥 ‘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법’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보다 큰 문제는 이들이 ‘성매매특별법을 빠져나가는 방법’까지 아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일부를 보자.
“업소와 업주는 성매매특별법을 피할 수 있는가? 먼저 피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아가씨가 ‘손님’과 아무런 ‘대가’ 없이 ‘좋아서 성관계’를 하는 것은 ‘처벌’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법망’을 빠져 나갈 수 있는 비상구(?)가 있습니다. 정부나 자치단체에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하는데 무조건 ‘성매매 업소’로 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 콘돔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아가씨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법적인 견해들이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안타깝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법적인 해석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판사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상식적인 법해석에 있어서만큼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하지만 법해석에서의 적합성 문제와는 달리 과연 이러한 글들이 성매매를 오히려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 법이라는 것이 얼마든지 맹점이 있을 수 있고 틈새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누구나가 법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겠지만 성매매라는 명확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 역시 이런 법의 맹점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것은 분명 도덕적인 비난의 여지가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돈 없고 백 없는 일반인들이나 법에 당하지 돈 많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법망을 잘도 빠져나가지 않는가. 불법도 때로는 무죄가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법 집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존하는 법률에 대한 일반인들의 논의는 얼마든지 찬성한다. 또한 법 집행자측에서도 보다 엄격한 법률을 만들어 일반인은 물론이고 부유층들도 법망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논의들은 수면에 감출 것이 아니라 밝히고 드러내서 좀더 정교한 법을 만들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직장인 최아무개·38)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의견 외에도 ‘성매매라는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매매는 명확한 불법이며, 또한 그 법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을 장려할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또한 이러한 논의들은 악덕 업주들에게 구명줄을 던져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의 허술함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사실은 일부 네티즌들의 법적인 문제제기가 상당 부분 들어맞는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제는 수사 당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감안, 최대한 합리적이고 정확한 수사를 펼쳐야 성매매 관련자들이 불법을 저질러 놓고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허탈한 과정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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