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8일 오후 서울 종로 2가 YMCA뒤 한적한 뒷골목. 아담한 미색 건물에 20~40대 남성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겉모양은 유럽풍의 아담한 카페를 연상시키지만 이곳은 요즘 인터넷에서 ‘물’좋기로 소문난 ‘유사 성행위업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업소 옆에는 어린이집이 자리잡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구립 어린이교육기관이다. 때마침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왔던 한 학부모는 “이곳이 퇴폐업소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며 아이손을 잡고 종종걸음치듯 이 업소를 지나쳤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뒤 단속법을 비웃듯 유사 성행위업소들이 주택가로 파고들어 또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자가 이날 찾은 유사 성행위업소의 경우 미취학 어린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옆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더 이상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고 관할 구청과 경찰은 단속법의 한계를 들며 발뺌하고 있다.
◇어린이집 바로 옆까지 진출한 유사 성행위업소
어린이집 바로 옆에 자리한 이 업소는 안을 볼수 없게 유리를 짙게 선팅해 놓았으며 CCTV까지 달아 출입자를 체크하고 있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이른 낮시간부터 밤까지 많은 남성들이 입구에 설치된 초인종을 늘러 확인 절차를 거쳐 드나들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과 출입 남성들을 상대로 취재. 확인한 결과 이 곳은 바로 속칭 ‘대딸방’이라는 유사 성행위업소였다. 어린이집 바로 옆에서 대낮에도 퇴폐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홈페이지까지 만들어놓고 24시간 예약제로만 영업중인 이 업소는 건물안으로 들어서면 디지털도어록(자동잠금장치)이 달린 문을 거쳐 각종 유사 성행위가 벌어지는 2층으로 올라가게 돼 있다. 3층 건물에 7개의 방과 2개의 샤워실로 이뤄져 있고 각 방에는 경보음시스템까지 설치돼 있다. 이 업소에서 일하는 A씨는 “단속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있어 단속에 걸릴 위험은 전혀 없다”고 했다.
◇ 종로구청. 종로경찰서 “어쩔 수 없다”
관할기관인 종로구청 보건소측은 한마디로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마시술소’의 경우 그나마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지만 다른 유사 성행위업소들은 자유업종이라 행정처분이 쉽지 않다는 것. 종로세무서에 확인 결과 이 업소는 현재 구청의 허가가 필요없는 피부관리실로 등록돼 있었다. 종로구청 보건소 의약과 담당자는 “합법적인 건물에 위치하고 자유업종으로 신고된 유사 성행위업소는 구청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면서 방법은 경찰밖에 없다고 슬며시 책임을 떠넘겼다.
이번에는 종로경찰서를 찾았다. 확인결과 경찰이 지난해 8월과 12월. 두차례 단속에 나섰고 12월 단속에서 성매매 현장을 확보해 업주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 조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그런데 어떻게 여전히 영업중이냐”고 묻자 경찰은 “유사 성행위의 경우 성매수 남성들이 성매매 사실에 대해 부인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구속 수사가 어려워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영업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측은 수사의 한계와 어려움도 토로했다. 단속을 위해 현장을 확보해야 하지만 업소들이 첨단 디지털보안장비를 이용하는데다 그나마 부족한 수사 인력들은 노출돼 있어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어린이집 관계자와 학부모들.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그동안 구청과 경찰에 수차례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답답해하며 관계 당국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이모씨(34·여)는 “학부모들이 구청과 관계기관에 여러차례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면서 “어린이 교육기관 바로 옆에 성매매업소가 버젓이 영업하는 이런 현실에 울분이 치민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저 집은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아이에게 부끄러울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때문에 저녁무렵 자녀들을 데리러 온 일부 학부모들은 네온사인을 밝힌 퇴폐업소 앞을 피해 저멀리 골목길을 돌아가고 있었다.
시민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성매매업소는 물론 이런 유사 성행위 업소들이 주택가로 스며드는 것에 대해 철저한 단속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동시에 보다 현실성있는 단속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유사 성행위 업소란?
실제로 성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손 등 신체 일부를 이용해 성행위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곳을 말한다． 흔히 '스트립방','전화방','대딸방'등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안마시술소와 스포츠마시지 간판을 내건 일부 업소들에서도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성매매업소 단속에 초점을 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뒤 빈 틈을 노린 유사 성행위 업소들이 급증하고 있으나 그 실태나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과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유사 성행위 업소의 현황에 대한 통계 자료는 전혀 없다．
2006년 11월 대법원은 유사 성행위 업소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처벌 대상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성매매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지며 유사 성행위업(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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