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지역 어느 곳에도 넘쳐나던 다방. 특작물 출하철이면 밭 가운데까지 줄지어 배달나온 다방 여종업원에게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시골 다방의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젠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는 시·군 다방들이 인구감소와 경기불황으로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인구감소따라 줄어드는 다방
어느 지역 할 것없이 공통적인 점은 다방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티켓다방의 천국'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던 성주군내 다방은 한때 200여곳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70여곳만 유지되고 있다. 초전면 모 다방 주인 김모씨는 "면단위의 경우 수년 전만해도 업소당 5∼6명씩 종업원을 두고 있었다"며 "지금은 업주혼자 영업하다 한달 200만∼300만원의 운영비만 축내 결국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되면서 2002년 142곳까지 불어났던 영덕군내 다방은 현재 90여곳이 영업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50여개에 달하던 예천군내 다방은 지금 절반 이하인 20곳으로 줄었다.
영덕지역 한 다방 주인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다방을 찾는 손님수도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읍에서 10여년간 다방을 운영하다 최근 노래방으로 전업한 장모씨(57)는 "10여명의 종업원을 고용해 영업할 때는 하루매출이 200만원 정도였으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다방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지역도 마찬가지다. 2000년 안동지역내 215개이던 다방은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176개소만 남아있을 뿐이다.
여종업원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이처럼 다방이 급속히 감소하는 데는 경기불황과 인구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여종업원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한 몫을 한다.
성매매특별법이 본격 시행된 2004년 이후부터 선급금 등 업주와 여종업원과의 채권채무관계를 원천무효화하는 점을 악용, 선급금만 받아 달아나는 일명 '탕치기'수법이 기승을 부리면서 대부분의 다방이 여종업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
모 다방 업주는 "선급금을 받아 하루이틀 일하다 야반도주하거나 미용실갔다 오겠다며 나간 뒤 그대로 달아나고 있다"며 "최근 몇년 사이 이런 탕치기수법에 당한 업소들이 속출하면서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성주지역의 경우 이런 탕치기수법에 한 번 이상 당한 곳이 전체의 80%나 될 정도다. 여기에다 '시골다방=티켓영업'이라는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해 다방에서 일하려는 젊은 여성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20대가 주축을 이루었던 다방여종업원들의 나이가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예천군이나 영덕군의 경우 50대 종업원들도 있다.
여종업원 고용, 월급제에서 배분제로
다방의 운영형태에도 적잖은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에는 월급제로 계약을 맺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월급제와 배분제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배분제를 시행하는 곳이 더 많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배분제란 업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00만∼200만원의 선불금에 월수익을 5대 5로 업주와 여종업원이 나눠가지는 것이다.
이밖에도 하루 올린 매출을 업주와 여종업원이 절반씩 나눠 갖는 방식은 자신이 일한 만큼에 따라 더 많은 돈을 가져 갈 수 있어 여종업원이 좋아한다. 안동지역의 경우 영업이 잘되는 업소의 경우 여종업원 한 명이 하루 평균 25만∼3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다. 또 여종업원이 하루 일정금액(5만원 정도)을 업주에게 주면 업주의 간섭이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만원 이상은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택시사납금제와 같은 방법도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수익금을 나누는 배분제가 도입되면서 재료비와 차량유지비, 점포세 등을 모두 업주가 부담하고 있지만 여종업원 구하기가 어려워 고육지책으로 견디고 있다는 것이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티켓 등 불·탈법 영업은 여전
시·군에서는 분기별 1회 다방을 대상으로 지도 및 위생점검을 하고 있다. 영업장 위생점검은 항시 가능하지만 종업원에 대한 보건관리는 이들이 수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티켓영업에 대해서는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는 고객이 다방을 직접 찾거나 순수 배달업무 영업이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티켓 영업이 주종목이 되다시피했다. 영덕·울진군의 경우 티켓비용이 시간당 2만원이고 24만원에 온종일 여종업원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속칭 '올티켓'도 유행 중이다.
예천지역 모 다방 여종업원도 "한시간 티켓비가 1만5천원이라 오전에는 쉬어도 손님들과 술자리 등을 통해 하루 1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아 편하다"고 말했다.
티켓영업이 숙지지 않고 있는 것은 행정관청의 단속에 대한 의지가 크게 없는 데다, 지역경기 부양 등의 이유로 단속이 흐지부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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