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노래방이 ‘그들만의 사이’에서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노래방이 문 닫는 시각은 정오. 아무리 밤업소라 할지라도 여명이 밝아오는 무렵에는 셔터문을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노래방은 그때가 오히려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피크 타임. 사연인즉 이 노래방은 화류계 종사자들이 퇴근 후, 주로 찾기 때문에 정오에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오에 문을 닫는 것이 이들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보통 사람들과 생활 패턴이 다를 뿐이다.
필부 눈엔 '요지경'…생활패턴 다를 뿐
이 노래방은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문을 닫는다. 그 시각까지 영업한다. 아침에도 손님들이 원하면 여성 도우미가 즉각 나타난다. 간판은 분명 노래방이다. 업소의 내부도 노래방처럼 꾸며져 있다. 다만 조금 더 화려할 뿐이다. 이 때문에 룸살롱이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유인즉 룸살롱에서 볼 법한 구좌(책임급 영업진 통칭) 웨이터들이 여럿 있어서다. 하지만 이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은 노래방이라고 답한다. 룸살롱 가격대에 비해 저렴한 이유에서다.
직장인 김모(38)씨는 얼마 전 금요일, 소문난 이 노래방을 작정하고 찾았다. 방문 시각은 새벽 4시. 피크타임이라는 시간대에 선후배 3명과 발걸음했다. 그때까지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그는 고개를 연신 저었다. 예상대로 이미 룸은 거의 찼다고 한다. 웨이터는 “상주 도우미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보도방을 통해서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즉 노래방에 소속된 도우미가 있다는 것.
사실 노래방 도우미는 불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수년 전부터 노래방에서 주류 판매나 여성 도우미의 기쁨조 역할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못한다. 흔하디흔한 일상처럼 돼버린 감이 없지 않다.
관계당국의 단속여부와 별개로 일반인들도 이를 대세로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혹자는 도우미 없는 노래방에 무슨 재미로 가느냐고 반문할 정도다. ‘노래방=도우미’ 가 자연스럽다는 이들도 많다.
김씨 일행 4명은 보도방을 통해 도우미 4명을 불렀다고 한다. 시간당 2만5천원.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김씨 일행은 도우미들과 농도가 짙지만 그 선을 지키면서 즐겁게 놀았다고 했다.
김씨는 한 도우미에게 물어봤단다. 이 노래방이 왜 유명하냐고. 이에 대해 그녀는 “서로가 서로의 처지를 아는 동종업계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깔끔하게 놀면서도 마음만 맞으면 서로가 알아서 해주니 유명해진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오전 10시에도 연락받고 나온 적이 있었단다. 그녀는 “예전에는 손님들 대부분이 화류계 종사자들이었다는데 나날이 일반 사람들도 많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단다.
김씨에 따르면 손님들 능력에 따라 도우미와 즉석에서 BJ(펠라치오)도 가능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씨 일행은 아무도 그짓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요령이 부족했다는 자책이 들렸다. 김씨 등이 이 노래방을 나온 시각은 6시를 넘어서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이 노래방에 들어가는 6명의 무리를 봤다고 한다. 한잔을 진하게 걸친 모습이었단다.
한 화류계 종사자는 “강남의 유흥가 밀집 지역에선 밤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업소들이 많다”며 “보통 사람들과 생활 패턴이 다른 뿐이다”라고 했다.
새벽에 퇴근하는 유흥가 종사자들 많이 발걸음
오전 10시에도 도우미 호출 가능, 피크타임 4시
한편, 지난 91년 부산에서 처음 출현한 노래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지천에 깔린 게 노래방이다. 여기에 단란주점과 식당까지 합하면 노래반주기가 설치된 업소는 무수히 많다. 노래방의 진화 속도는 그야말로 초스피드였다.
노래방은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끝내고 자연스레 여흥을 이어갈 장소를 찾게 마련.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찾아가는 당연한, 패키지 코스로 굳어진 셈이다. 한때는 2차라면 “무조건 노래방”을 외치던 시절도 있었다. 노래방에선 남녀가 부담 없이 어우러진다. 성, 세대, 지역 그리고 계층의 차이를 가로지르는 국민적 오락 공간인 셈이다.
그러나 본연의 노래방의 의미는 점차 퇴색된 감이 없지 않다.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 등을 이탈한 성매매 여성들 일부가 노래방 도우미로 진출하면서 일부 노래방 음란 퇴폐 농도가 룸살롱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본연의 노래방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 물론 정상영업을 하는 노래방도 적지 않다. 문제는 손님들의 욕구를 눈치 챈 사장님들이 변태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무늬만 노래방' 뒤통수 우려
상호만 노래방 패러디 유흥주점 즐비
20년이 다돼가는 노래방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사실 저녁을 겸한 1차 술자리를 끝낸 취객들이 여흥을 이어갈 가벼운 2차 장소로 노래방을 찾기 십상이다. 얇은 호주머니로도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고, 필요하다면 도우미도 부를 수 있어서다. 주류비용과 함께 술시중을 든 여인들에게 봉사료만 별도로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뒤통수를 맞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늬만 노래방일 뿐, 상호만 노래방을 패러디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 유흥주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소에선 가벼운 2차가 느닷없이 무겁게 변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남는 건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결국 취객들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한편, 법적인 공식 명칭이 노래연습장인 노래방의 주류 판매나 도우미 알선행위 등은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32조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합법행위보다 더 보편화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사실상 용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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