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여성가족부를 타 부처와 통폐합하는 안이 거론되면서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9일 여성계에 따르면 여성단체와 정치인·여성학자를 중심으로 여성가족부 존치 및 강화를 위한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이 잇따르고 있다.
여성계는 ▲성평등 관련 부서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보건복지부와 통폐합할 경우 그 안에서 여성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며 ▲국민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가족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정책과 연계된 단독 부서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여성계 신년 인사회 참석자들은 여성가족부 존치를 요구하는 173인의 서명을 모아 인수위에 전달했다.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일자리 창출은 성평등 가치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며 “여성가족부가 주도적으로 성평등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선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서명에는 윤후정 전 여성특위위원장·신낙균 전 장관·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박은경 YWCA 회장 등이 동참했다.
같은 날 여성 국회의원 17명과 여성단체 관계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를 존치·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미경 의원은 “성평등 정책 강화는 선진국의 공통된 흐름으로, 보건복지부와 통폐합된다면 실질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추진 체계가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7개 여성단체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선인은 성평등정책 추진기구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상임대표는 “한국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미래 사회의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여성을 국가경영의 핵심전략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계 한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계속 늘어나고 성폭력·성매매는 줄지 않는 등 관련 전담부처가 확대돼도 모자랄 이 시기에 통폐합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통폐합 논의에 대해 비난했다.
이와 관련,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언론에서 제기되는 통합안은 하나의 검토안이라 생각한다”며 “지난 5년간 예산을 35배나 늘린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인권 신장과 복지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지만 이는 시작일 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역설했다.
|
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