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男 ‘23-1’ 암호 풀려 철창 행
재판부 1심 깨고 “유죄” ‘23-1’이 뭘까.
서울중앙지법 형사 항소5부(김용섭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군사용 암호 같은 ‘23-1’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검찰은 회사원인 김모 씨가 2005년 7월 중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여관에서 이모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한 여성에게 성매수 대가로 23만원을 주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채팅 사이트를 운영한 이씨에게서 입수한 메모리카드. 거기에는 성매매를 한 남성들에 대한 인상과 성매매방법 등이 암호처럼 기재돼 있었다. 이씨가 고용한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위해 접촉을 시도한 상대 남성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및 성매매방법 등을 메모지에 적어둔 뒤 이를 다시 업소 메모리카드에 입력해둔 것이었다.
메모리카드에는 ‘전화한다고 하고 소식 없음’, ‘얼굴 보더니 걍감’, ‘연락무’, ‘매너 있음’, ‘안 만남’, ‘15-2’, ‘착함’ 등의 내용이 있었다. 기소된 김씨에 대해서는 연락처와 함께 방법란에 ‘23-1, 보통’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김씨는 성매매 사실을 부인했고 1심 재판부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김씨가 성매수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채팅으로 성매매 조건만 흥정하고 실제 성매매는 하지 않은 경우에도 상대 남성에 대한 인상 등을 일일이 입력해뒀기 때문에 이 내용만으로는 김씨가 채팅 후에 성매매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성매매를 했던 다른 남성들의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와 메모리카드 내용을 토대로 실제 성매매 행위가 없었던 경우에는 ‘얼굴 보더니 걍감’, ‘연락무’ 등의 표현이, 성매매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는 ‘착함’, ‘매너 있음’ 등 각각 그것을 추정할 수 있는 표현이 기재돼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메모리카드에 ‘12-1’이라고 기재된 신모 씨가 경찰 조서에서 여성에게 12만원을 주고 1회 성매매 행위를 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김씨에 대한 “23-1, 보통”이라는 것도 김씨가 여성을 한 차례 성매수하고 그 대가로 23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2일 김씨에 대해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1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박세영 기자(sy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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