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일기(32) - 풍경의 속사정
봄은 친구의 설레는 마음에서 오는가 봅니다.
친구의 마음은 땅과 하늘과 닮았습니다.
품고, 가꾸고, 기다리고...
친구가 제가 사는 동네 호텔에 방을 하나 잡아놓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곳에 방을 잡았으니, 지나는 길에 들러라.”
그 말은 최후통첩 같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일하느라 바쁘고 고달파 늘 어떤 일을
퇴직 후로 미루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연일 고된 스케줄에 이번에도 좀 한가해지면 만나려던
나에게 내려진 하루 외박권이었습니다.
둘이 잘 수 있는 방에 우리 셋이 투숙했습니다.
그곳 호텔은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50% 할인을 하였거든요.
아침은 또 한 친구가 사기로 하고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저는 친구 어머니 용돈을
조금 드리며 어머니께 전해 달라고 했어요.
친구의 아버님이 얼마 전에 돌아가시고
친구 어머님은 우울한 상태에 계셨거든요.
아침을 산 친구는 한 번도 호텔에서 잠을 자본 적이 없대요.
신혼여행 때부터 아끼기 시작해 지금까지 아낀 것이지요.
여자 셋이 호텔에 든 풍경의 속사정입니다.
어찌된 일입니까? 새벽 3시까지 아무 이야기나 떠들다가
잠도 못 자고 돌아와 만 하루가 지나니 마음속에
간질간질 봄이 일어났습니다.
얼마 안 되는 제 용돈을 받으신 친구 어머님이 전화를 하셔서,
“고맙다, 고맙다”를 하셨고
그 전화를 받으며 창밖을 보던 저는
‘봄은 친구의 마음을 타고 온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친구의 최후통첩이 아니었으면
춘래불사춘이 될 뻔한 도시 뺑뺑이의 봄일기입니다.
글, 사진_ 한 순
새싹이 어느해보다 추웠던 겨울을 이겨내고
새 새망을 약속하며 돋아나고
이곳 저곳에서는 새학기로 분주한 3월입니다.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
새로운 마음으로 행복한 한주를 시작하기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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