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음주량，‘심신상실’ 아닌 ‘심신미약’ 상태…의원직 상실형 선고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연희 의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최 의원은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다.
최 의원측은 당시 만취해 변별력과 의사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변론했지만 재판부는 "음주량과 평소 음주습관을 볼 때 '심신상실'이 아닌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는 10일 선고공판에서 이 같이 판결하며 판결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은 피고인이 평소 주량이 약하고 과도한 음주로 사물판단 장애가 있어 당시 상황을 일절 기억하지 못하는 책임무능력 상태였다고 주장하지만, 단지 범행 기억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심신상실 상태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상황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며 "여러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술을 잘 못 마시고 2-3시간 동안 폭탄주,양주 7-8잔을 마셔 평소보다 과음을 한 점은 참작된다. 양주 폭탄주를 가득 채워 7-8잔을 마시면 피고인의 체중을 고려할 때 혈중 알코올 농도 0.24-0.44%가 된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은 평소 가득 채워 술을 먹지 않으므로 반 정도로 채웠다고 계산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2-0.22%로 내려간다. 이러한 음주량과 피고인의 행동을 고려했을 때 당시 주취상태로 변별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저항을 못하게 하거나 상대방 의사를 억압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강제추행이 성립된다. 당시 피고인은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고 인식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피해자 신체의 특정 부위를 움켜쥐었으며, 이는 충분히 고의성이 있다"고 했다.
'심신상실'은 심신장애로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없고, 의사를 전혀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법의학 용어다. 심신상실의 요인으로는 정신병이나 정신지체, 심한 의식장애나 중증의 심신장애적 이상 등이 있다. '심신미약'은 옳고 그름을 변별하는 능력이 감퇴돼 있는 상태를 뜻한다. 신경쇠약 등에 의한 일시적인 심신미약과 알코올 중독 ·노쇠 등에 의한 계속적인 심신미약이 있다.
재판부는 최 의원의 의정활동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벌금과 징역형을 내린다고 밝혔다. 먼저 3선 국회의원이고 경실련으로부터 높은 의정활동 평가를 받은 점, 술에 의한 심신미약, 우발적 범행, 추행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뉘우치고 있고 사과의사를 밝힌 점,사회생활 및 가정생활에서 심적 고통이 컸던 점 등을 양형 참작 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모범을 보여야할 위치에서 사리분별이 떨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추행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피해자가 언론 등에 보도돼 가정적,사회적으로 정신적 고통이 컸으므로 일반적인 추행보다 더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가 화해 의사가 없고 정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엄숙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재판이 끝난 뒤 "아무 할 말이 없다"며 "항소 여부는 생각해보고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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