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콜택시 기사가 장애인 4명 성폭행
○ 조사권 있는 법적 기구에 신고했으나 핑퐁
○ "성폭력 문제는 성폭력 상담소와 연결"
○ 업무지침은 신고접수 즉시 현장 출동
○ 12시간 이내에 조사…112신고 요청도 가능
○ 피의자 속했던 단체가 피해자 조사 시도
○ "2차 가해"라며 고발 요구했으나 외면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중증 장애인의 신고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접수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발을 요청하는 장애인 피해자들의 신고도 묵살했다.
★ 조사권 있는 법적기관이 성폭행 사건 핑퐁
법적 기구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성폭력 상담소에 연락해라. 진술 오염의 가능성이 있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며 성폭행 피해를 외면했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4월 27일 "장애인 콜택시에서 성폭행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으나 이레 동안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장애인 콜택시 성폭행 피해자 4명은 "전북 군산의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 A씨가 오랜 기간 성희롱 발언을 하고 음란물을 SNS로 보냈으며 성폭행까지 했다"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부터 들은 답변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성폭력 문제는 성폭력 상담소에 전문가가 있으니까 거기랑 연계를 해야 한다"면서 "(피해자) 진술이 오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 제59조11에 따라 설치된 기관으로 장애인 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그에 따른 현장 조사와 응급 보호를 하는 법적 기구다. 여타 복지기관과는 달리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조사권을 갖고 있다.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법적기관이 중증 장애인의 성폭력 신고를 접수조차 받지 않은 것이다. 이는 경찰이 112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피해자들은 발달장애가 아닌 지체장애가 있어 장애로 인해 진술이 오염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며 "장애인이기에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도움을 받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다급하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으나 외면당했다"고 덧붙였다.
★ 업무지침에 버젓이 있어도 모르는 장애인옹호기관
피해자의 항의를 받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신고 이레 만인 5월 2일 사건을 접수했다. 이후 조사를 마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5월 3일 군산경찰서와 군산시, 전라북도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업무수행 지침에 따르면 사건이 긴급한 경우 신고접수 12시간 이내에 조사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울 경우 즉시 112에 신고해 현장 출동을 요청하고 피해자 지원을 실시하도록 한다.
또 장애인 학대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현장이 없을 경우 피해자와 면담,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를 실시하도록 한다. 성폭행 등 성적 학대가 발생한 사건의 경우 12시간이 지나기 전에 조사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업무지침이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한편,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 7월 21일 성폭력처벌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 A씨를 '혐의 있음'으로 검찰에 넘겼다.
★ "피의자 소속 단체가 조사?"…2차 가해도 외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차 가해가 발생했다"며 고발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요구도 외면했다.
장애인 콜택시는 군산의 모 장애인협회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성폭행 가해자가 소속됐던 이 협회가 성폭행 피해자에게 공문을 보내 "5월 19일 오전 10시까지 협회 남성쉼터로 와서 조사를 받아라"고 요구했다.
또 공문에 따르면 이 협회는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민원조사위원회를 열고자 하니 피해자는 참석을 부탁드리며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 육하원칙에 맞게 팩스를 보내라"고 요청했다.
가해자가 속했던 민간단체에서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겠다며 피해자에게 공문을 보내고 '남성쉼터'로 불러낸 것이다.
피해자는 "성폭행 피해자를 가해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조사하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이냐"며 "민관기관이 성폭행 피해자를 불러 조사하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2차 피해 사실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고발해달라'며 신고했으나 기관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차 가해 사건에 대해 민간조사위원회를 해산할 것을 군산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원한 고발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전북도청은 피해자가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의 개인 휴대전화로 신고를 한 게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장애인 또는 복지와 관련 업무를 하는 이가 성폭행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접수해야 하는데 법대로 안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전북도청 관계자는 "그렇다"면서도 "피해자가 공공기관 대표 전화로 해야 하는데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개인 휴대전화로 접수한 것은 잘못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음 날 성상담 전문기관에 업무 협조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은 즉시 지도·감독 요청을 했다"며 "군산시에 민원조사위원회를 해산하도록 조치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북도청의 입장에 대해 피해자는 "1차로 기관 전화로 신고를 했으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개인 휴대전화에 재차 피해 신고를 했다"고 일축했다.
[출처] 노컷뉴스
전북CBS 송승민 기자/ 2023.08.23.
https://v.daum.net/v/2023082406330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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