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적 면만 부각해 퇴폐 문화 미화
▷ "방통위,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해야"
호스트바 선수 '부캐(부캐릭터)'부터 AV배우들이 출연하는 예능까지. 성매매와 일본 AV업계 등의 퇴폐적 성문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양지로 올라오며 이를 미화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일본 성산업에 종사하는 인물들을 만나 AV업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6부작 성인토크쇼 '성+인물: 일본편'을 방영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는 AV업계 이야기가 예능으로 방영된 것은 처음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선 일본 AV배우들과 호스트 종사자들이 출연해 AV산업과 유흥업계를 소개한다.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거나 희화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상현실(VR) 포르노를 직접 시도해보기도 한다.
AV배우들에게 '지금까지 몇 명과 촬영해봤는지', '외모는 취향에 맞지만 촬영하니 별로였던 사람이 있는지' 등의 질문도 스스럼 없이 던진다.
시청자들은 넷플릭스의 이러한 과감한 행보를 곱게만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포르노 제작 및 유통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신동엽, 성시경과 같은 친근한 출연진을 MC로 섭외해 불법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깊어지면서 신동엽이 진행하는 SBS 'TV 동물농장' 게시판에 신동엽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PD는 "AV의 제작, 유통은 한국에서 불법이지만 AV 시청은 불법이 아니며 AV배우가 이미 한국 영화나 뉴미디어에 출연하고 있다"고 변명했지만 이미 지펴진 논란의 불씨를 사그라뜨리기엔 역부족이다.
김건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은 “굳이 예능을 통해 성에 대한 논의를 해야되는지 이해 되지 않는다”며 “성을 소재 삼아 대중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 아닌지 의심해 본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프로그램이 AV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해 연출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AV업계에는 사기계약과 강제촬영, 미성년자 인권침해 등 성착취 문제 등이 버젓이 존재한다. 성폭행 콘셉트나 가학적인 콘텐츠도 넘쳐난다. 일본에서 AV 피해 관련 소송과 반대집회들이 줄지으며 급기야 작년에는 'AV 출연 피해방지법'이 통과됐을 정도다.
그러나 프로그램에서는 AV 산업의 어두운 부분은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AV 제작 현장에 대해서 '싫으면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거나 '대본에 없는 행위를 하거나 멋대로 구는 경우는 없다'는 배우의 발언만 강조한다. 심지어 한 출연자는 ‘AV가 많은 사람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성범죄율을 낮추는 것 같다’며 업계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사무국장은 “일본의 AV산업에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위험성에 대한 지적보다는 재미위주, 흥미위주의 예능적인 요소로 활용하다보니 미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다나카 열풍, 괜찮을까?
사실 퇴폐적 성문화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나카 열풍’이 대표적 예다.
다나카는 개그맨 김경욱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로 일본 유흥업소 호스트바 선수 설정이다.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다른 게스트에게 호객 행위를 하는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지난해에는 일본에 있는 실제 호스트바에 방문해 종사자들과 어울리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호스트바는 호스트라 불리는 남성 종업원들이 여성 고객에게 술을 접대하는 곳으로 성매매도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방송마다 사용되는 ‘다나카 XXX에 지명 받았습니다’라는 표현도 손님에게 간택되는 유흥업계의 초이스 문화를 지칭하는 은어에서 비롯됐다. 국내법상 호스트바 운영이 불법임에도 다나카 콘텐츠는 '개그'라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김경욱은 최근 인기를 등에 업고 무섭게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 방송은 물론, 유명 패션잡지 화보와 광고에서도 다나카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음원도 냈으며 전국을 돌며 단독 콘서트까지 열었다. 성매매를 콘셉트로 한 콘텐츠를 주류 미디어로 끌어올린 셈이다.
그나마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은 청소년 관람불가로 설정돼있지만 다나카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연령제한 없이 모두에게 공개돼있다. 성매매를 암시하는 대사나 장면을 연출함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나 아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
김미성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는 "요즘 아이들과 이야기 해보면 초·중·고등학생 할 것 없이 다들 다나카 말투와 대사를 일종의 밈(meme)처럼 여기며 즐겨 따라한다"며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호스트 문화가 당연하고 친근한 것으로 인식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건학 사무국장도 “과거엔 이런 내용의 방송을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상파에서 자연스럽게 다루어지고 있다”며 “유흥업소 호스트 세계를 왜 청소년과 일반 국민들이 알아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지상파방송에서 다루는 소재로는 부적절함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퇴폐적인 성문화가 점점 사회문제로 번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제재를 강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친근한 콘텐츠로 접근해 퇴폐문화가 괜찮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 일본 언론에는 다나카 콘텐츠를 통해 일본 호스트 문화를 접한 후, 신주쿠와 가부키초의 호스트 클럽에 갔다가 1,500만원의 빚을 지고 성매매 여성으로 전락한 한국 20대 여성의 사연이 실리기도 했다.
김 사무국장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보수적인 윤리관과 전통적인 가정문화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젠더문제, 동성애 문제, 종교비하(폄하) 등을 심의할 것을 촉구하는 바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전문가와 학부모, 시민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서 유해한 콘텐츠를 막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그 전까지는 가정과 학교, 교회 등에서 내부적으로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데일리굿뉴스
이새은 기자/ 2023.05.10.
https://www.good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42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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