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은 2022년 3월 18일,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근무희망지역을 '서울시 은평구'로 지정하고 이력서를 올렸다. 다음날 "신규 오픈했다"는 연신내 '대화 테마카페'에서 연락이 왔다. "여성 매니저 및 스텝을 구인하고 있습니다!"로 시작, "하루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40만 원 이상도 충분히 버실 수 있어요!"라는 문장이 뒤를 이었다. 연신내 대화 테마카페는 "여실장이 카운터를 관리해서 일하시기 더 좋으실 거예요!"라는 말로 이곳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3월 20일, 취재진은 연신내 '대화 테마카페'의 위치를 물었다. 곧바로 "연신내역 7번 출구 도보 1분 거리예요"라는 답장이 도착했다. 추가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를 물었는데, "터치 있어요"라고 대답과 함께 "상체 터치"와 "허벅지 정도는 터치 있을 수도 있는데"라는 문자가 왔다. 면접을 보기 위해,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3월 26일 토요일 연신내역 7번 출구를 나섰다.
연신내 대화카페 실장은 일할 곳이 아닌, 근처 다른 카페에서 면접을 보자고 제안했다. 해당 카페에 도착하자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출입구로 들어왔다. 실장은 "마스크를 내려 보라"라며 "상체(가슴)는 거부 못 해요", "뽀뽀 정도는 다 해줘야 해요"라고 했다.
실장은 "방안에서의 일은 밖에서 절대 몰라요"라며 "안에서 성관계하는 친구들도 엄청 많아요"라고 스킨십을 넘어선 '성매매'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남자 쪽에서 원했을 때만 해야 해요"라며 "본인이 먼저 (성매매를) 제안하면 안 돼요"라고 조건을 달았다.
"제일 예쁘실 때니까 잘 생각해 보세요"
면접 보던 카페에서 나와 실장이 운영하는 테마카페로 향하던 중 그는 "이런 ○○카페를 8~9년 했다"라고 밝혔다. 실장은 과거 자신과 같이 일하던 여성 매니저가 손님에게 실명을 알려줬다가 "지인에게 일하는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했다"라며 "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불법촬영까지 당해, 남성 손님의 성노예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병에 걸릴 수 있으니 피임기구를 꼭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장을 따라 도착한 연신내 대화 테마카페는 면접 보던 커피숍에서 도보로 약 2분 거리였다. 테마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노출이 있는 빨간색 미니 원피스를 입은 20대의 앳된 여성 매니저가 앉아 있었다. 취재진은 그녀와 가볍게 인사하고 업소 내부를 둘러봤다. 테마카페 안엔 방이 총 4개였는데, 각 방에는 침대와 베개가 놓여 있었다.
약 15분을 같이 둘러본 뒤 모든 면접이 끝났다. 실장은 출입문을 열어주며 "예쁘니까 예약 많이 받으실 거예요", "돈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좋으니까 연락 한번 주세요"라고 연신 제안했다.
이후 취재진은 서울시 25개 구를 대상으로 이력서를 올렸다. '경기도 부천'은 희망근무지가 아니었는데도 2022년 3월 19일 경기도 부천 'D 아이테마 카페'에서 문자가 왔다. 주된 내용은 "젠가나 보드게임 해보셨거나 할 줄 아시면 됩니다", "시급은 5~8만 원", "평일 5시간 근무 시 당일 20만원+∝를 벌 수 있다" 등이었다.
부천의 아이테마 카페 실장은 취재진이 문자로 답장하자 곧바로 통화를 제안했다. 취재진이 통화는 어렵다는 문자를 보내자, "잠깐 통화 가능세요??", "그럼 언제 가능하세요?? 저랑 딱 3분만 통화해요ㅠ"등의 문자를 연신 보냈고, 일방적으로 전화도 걸었다. 완곡한 어투로 다섯 차례 거절했다. 하지만 업주는 이틀에 걸쳐 30~40개의 문자를 보냈다. 아이테마 카페 업주의 문자는 일주일간 계속됐고, 결국 그를 만나고자 4월 2일에 경기도 부천으로 향했다.
허름한 '노래클럽' 옆, 실장은 외부 간판이 없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작은 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실내는 예상외로 넓고 정리가 잘 된 상태였다. 면접을 통해, 결국 그곳도 다른 ○○카페처럼 스킨십을 제안하며, 성매매가 가능한 성매매업소임을 깨달았다.
"우리 카페는 불법이 아니에요"
실장은 면접 내내 해당 카페가 불법이 아님을 강조했다. "구직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봤다"라며 "노래방과 바(bar), 불법 성행위 업소는 이력서를 보고 문자를 보낼 수 없다"라고 했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사업자만이 이력서를 열람할 수 있기에, 이곳이 정식 대화 카페라는 것이었다. 실장은 "사업자 상 대화 카페로 등록돼 있다"라며 "우리 카페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취재진은 궁금했다.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이 정말 합법인 걸까?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收受)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성교행위나 구강, 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으로 정의된다(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1호). 여기에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등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성적 행위를 하는 자는 직업적으로 자신의 성을 판매하는 자를 의미하며, 성구매자는 그의 상대방으로 규정된다. 여기에서의 성적 행위는 성기삽입 또는 도구나 신체를 사용한 삽입적 성행위에 한정되기 때문에, 신체 내 삽입행위가 없는 성적인 방식의 신체접촉 행위는 제외된다."(▲ 여성가족부 <2019 성매매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출처: 여성가족부)
취재진이 만나고, 통화했던 실장 모두가 "이거(대화카페 일) 불법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대화카페는 사실상 키스방이었고, 현행법상 키스방은 불법이 아니다.
'신체 내 삽입행위가 없는 성적 신체접촉 행위'는 '성매매에 해당하는 성적 행위'가 아니다. 그러므로 스킨십 위주의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카페는 불법이 아니다. 이와 관련, 취재진은 해당 분야 전문가 2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서울시 <다시함께센터> 여성 활동가(18년 경력)는 "대화카페에서 성매매와 성착취가 이뤄지고 있지만, 불법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현행법상 성교행위를 제외한 뽀뽀, 키스 등의 성적 행위를 하며 돈을 주고받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이것 역시 확장된 의미의 성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성교행위를 제외하고도 매매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 부분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법의 영역이고,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활동가는 "성교행위만을 중심으로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성매매 현장에서 성교행위를 전후로 벌어지는 일에도 주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런 상황에서 대화카페는 '성교행위가 없다고 주장하는 성매매업소'라고 칭해야 할 거 같다"라며 "교묘하다. 성교행위를 안 한다고 주장하는 성매매업소에서 실제로 성교행위가 안 일어나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라며 실태에 대해 언급했다.
"내(성 구매자) 몸 어디에 앉아보라 하고,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고 감정 노동을 강요하고, 술을 따르게 하고, 남성에게 음식을 직접 먹여주고, 치마를 들치면 들치는 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고, 이처럼 특정 시간 동안 구매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여성이 하는 모든 성적 행동들이 현행법상으로는 불법이 아니에요. 굉장히 이상한 일이에요. 아무도 이걸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되게 당연시해요."
"키스방을 불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어..."
'대화카페'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어떠할까. 형사법을 전공하고, 12년간 성매매 조장 사이트·성매매 수익 몰수 및 추징 제도 활성화 연구,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등 '성매매' 문제를 지속해서 연구한 충북대 로스쿨 박찬걸 교수를 인터뷰했다.
박 교수는 "키스방과 같은 대화카페는 청소년이 고용되어 있으면 불법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현재는 합법"이라며 "키스하는 거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 건 지나친 사생활 간섭"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사성교행위 전 단계까지를 키스나 애무 정도로 봤을 때, 그것들을 금지한다면 유흥업소와 단란주점 등이 전부 장사를 그만둬야 한다"며 "지나치게 영업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OO카페' 업주와 면접에서 취재진이 들은 성관계 관련 발언에 대해 박 교수는 "성관계, Sex라는 정확한 단어(성매매를 뜻하는 언어-기자 말)를 쓰지 않더라도 정황상 성매매를 암시하는 말을 했다면 성매매알선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몰래 이루어지는 불법 성매매를 적발하기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이에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성매매는 함정 수사'라며 '위장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고 단속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행법상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은 수사기관의 위장 수사가 n번방 사건처럼 아동 성착취물 유포 및 배포에서만 인정되고 있는데, 성매매알선에 대해서도 위장 수사가 허가돼야 하는 거죠. 하지만 성매매알선은 지금 위장 수사할 수가 없습니다. 키스방, 대화카페, OO카페에 들어가려고 신분증을 위조하는 거 자체가 범죄니까요. 그건 불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착취물에 한해서만 위장 수사가 허용됩니다. 성매매는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 현장을 기습해서 포착하여 체증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2023.02.21.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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