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룸카페 단속 강화 요청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룸카페 영업
▶"청소년 성경험, 규제로 풀어선 안 돼"
최근 정부가 숙박업소 형태를 갖춘 룸카페 단속을 지자체 등에 당부하고 나선 가운데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일 오후 김해시 내동의 한 룸카페를 찾았다. 룸카페 입구에는 ‘이곳은 카페입니다. 모텔도 아닙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1인 최소 이용 시간은 1시간 30분. 9000원을 내고 무료로 음료 한 잔을 받았다. 룸카페 직원이 방 호수를 안내해줬다. 복도를 따라 여러 개의 방이 붙어있었다. 방문을 열었더니 베개와 담요가 보였다. 2평 남짓한 좁은 방안에는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
창원시 상남동의 한 룸카페도 밀폐된 공간을 나눠 운영 중이다. 9000원이면 시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룸카페 입구에는 보드게임 용품이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텔레비전과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다. 텔레비전을 틀어보니 성인 확인 절차 없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한 시설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지정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 출입·고용을 제한된 장소라는 안내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청소년 출입·고용을 제한하지 않으면 경찰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 룸카페에서 청소년 출입·고용이 제한한다는 안내문은 보지 못했다. 신분증 검사 없이 청소년의 룸카페 출입은 자유로웠다. 룸카페에서는 오후 10시까지 미성년자도 룸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룸카페 입구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학교 마치고 학원 가기 전에 시간이 남거나 주말에 갈 곳이 없을 때 친구들이랑 놀러 가고 있다”며 “룸카페 안에서 (청소년들이) 성행위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꼭 성행위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룸카페 단속 강화를 강조하자 일선 지자체와 경찰도 합동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 한 지자체 청소년 담당자는 “유해환경감시단에서 정기적으로 청소년유해업소를 단속하고 있다”며 “지자체도 관내 경찰서와 협조해서 룸카페를 이용하는 청소년 지도와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는 룸카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단속에 적발된 룸카페도 없었다. 이정화 창원여성의전화 대표는 “룸카페가 성매매 또는 여성 폭력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시설 허가를 해주고 나면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룸카페를 이용하는 청소년에게 문제가 있다고 접근하지 말고, 위험한 공간을 사각지대로 만들어두면 안 된다”며 “안전한 피임 방법 등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질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규제를 남발하는 행위가 청소년 성적 자기 결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관계 시작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1부터 고3 청소년 대상)에서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 13.6세였다.
김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은 “청소년이 성관계를 안전하게 맺을 수 있는 장소가 있는가 물었을 때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성관계 관련 정보나 권리를 제한하는 식으로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못 맺게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도 성적 욕구를 가진 시민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 욕구를 안전하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줘야 한다”며 “이용을 제한하는 등 규제로 접근하면 오히려 청소년 성관계 장소가 위험해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 경남도민일보
김다솜 기자/ 2023.02.05.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16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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